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해 말 2.5%까지 올릴 수 있다고 예고하면서 차주의 이자부담이 27조원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당장 차주의 이자부담이 3조4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해 말 2.5%까지 올릴 수 있다고 예고하면서 차주의 이자부담은 27조원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앞으로 수개월 간 5%대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미국까지 한꺼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2~3차례 더 밟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도 연말까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중립금리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수렴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을 근거로 금융통화위원회가 앞으로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세 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2.50%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채는 중립금리 발언 외에도 "앞으로 몇 달 간 통화정책의 중점을 물가에 둘 것", "기준금리 전망치가 2.25∼2.50%로 오른 것은 시장의 합리적 기대"라고 말했다.

이 경우 차주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말까지 약 1년 6개월 새 불어나는 이자만 27조원, 1인당 13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으로 경기에 중립적이라는 의미다.

시장의 전망대로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세 차례 0.25%포인트씩 더 올리면 현재 1.75%인 기준금리는 연말 2.50%로 0.75%포인트 높아진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대출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752조7000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같은 달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잔액의 77%가 변동금리 대출로 조사됐다.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같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마찬가지로 0.25%포인트 오를 경우 차주의 이자부담은 3조3739억원 늘어난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린 뒤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여기에 연말까지 세 차례 더 0.25%포인트씩 인상하면 지난해 8월 이후 1년 5개월 간 늘어나는 이자만 26조9912억원으로 추산된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3조2000억원, 6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차주 1인당 이자부담도 연 289만6000원에서 각각 305만8000원, 321만9000원으로 16만1000원, 32만2000원 커진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1년 5개월 사이 기준금리 2.0%포인트(0.50%→2.50%)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부담 증가액은 128만8000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이자부담이 커지면 그동안 영끌·빚투·생활고 등으로 대출을 늘려온 사람들 가운데 다중채무자, 소득기반이 취약한 2030세대, 자영업자 등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기준금리가 현재의 1.75%보다 0.75%포인트 더 올라 올해 말 2.5%에 이르면 이미 6% 중반에 이른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도 7%대를 훌쩍 넘어 8%에 근접할 가능성이 커진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