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주
손광주

북한의 ‘인질(人質)전략’은 수령독재정권의 DNA다. 북한의 외교관들은 현지에 부임할 때 자녀들 중 한 명은 평양에 남겨두어야 한다. 서방세계 망명을 막기 위한 인질 조치다. 대학교수가 외국에 초빙교수로 나갈 때는 여러 명이 ‘귀국 보증’을 선다. 일본 조총련 간부들 중 북한에 인질로 잡힌 가족들이 많다. 대남전략도 마찬가지다. 과거 6,70년대에는 남한에 친인척이 있는 간첩들을 남파했다. 간첩 신고를 막고 가족을 북한의 인질로 잡아두려는 속셈이었다. 1980년대 당시 여동생이 북한에 살고 있던 국내 사회학계의 태두 서울대 고영복 교수를 북한당국은 ‘정보 보고’를 요구하며 수도 없이 괴롭혔다. 이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북한당국의 이같은 ‘인질전략’은 1차적으로 수령독재정권의 보존이 목적이다.

북한의 인질전략을 시야를 넓혀서 보면 현 한반도 상황이 눈에 쏙 들어온다. 북한정권의 ‘1차 인질’은 누구인가? 2400만 북한 주민들이다. ‘당의 유일사상(영도)체계 확립의 10대원칙’은 수령(김일성·정일·정은)이 주민들을 인질로 잡은 ‘노예 문서’다. 지금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을까.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북한은 나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감옥"이라 했다. 이 표현은 수사(修辭), 비유가 아니다. 현재진행 실존이다.

그렇다면 북한정권의 ‘2차 인질’은 누구인가? ‘남조선 인민’들이다. 북한정권은 무엇으로 ‘남조선 인민’들을 인질로 잡아놓았나? 과거에는 ‘사상’이었다. 공산주의 사상·주체사상이었다. 공산주의 사상·주체사상의 인질로 잡힌 ‘남조선 지식인’들이 많았다. 통혁당의 신영복도 수령독재정권의 ‘사상적 인질’이었다. 신영복 본인은 스스로 ‘인질’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을 ‘혁명가’ ‘사상가’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1990년대까지 스스로를 ‘사상적 인질’로 생각하지 않은 ‘남조선 인질’들이 적지 않았다. 1990년대 공산권이 붕괴되고 북한에 300만 명이 굶어죽는 식량난이 발생하자, 인류역사 변화의 큰 흐름을 본 양심적 지식인들이 수령독재정권의 ‘인질’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 김영환 씨 등 주사파 핵심 지도부 출신들은 최초로 ‘북한 민주화’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이후 25년이 지나는 동안 문재인 정권 때는 수령독재정권의 ‘미전향 인질’들이 드디어 ‘남조선 정권’까지 잡았다. 신영복을 존경한다는 대통령도 나왔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인질(신영복)의 인질(문재인)’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이 북한에 ‘먹히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70년 역사의 한미동맹이다. 둘째는 자유민주주의 주류세력의 헌신적 노력이다. 이 두 가지가 지난 3·9 대선에서 대한민국의 파산을 막아냈다.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수령독재정권의 ‘남조선 미전향 인질’들이 사상적 하류(下流)들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비판하여 법정투쟁까지 간 사례도 있었지만, 지금의 ‘미전향 인질’들을 ‘00주의자’라고 붙일 만한 건덕지도 사실은 미약하다. 자유주의자든 공산주의자든, ‘00주의자(主義者)’라고 부르려면 그 대상자가 사상의 이론·실천 양면에서 일관성·지속성, 무엇보다 불굴의 자기희생성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말은 대체로 맞는 말로 보인다. 하지만 박헌영·김단야·현준극·이승엽·성시백 등등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말을 듣는다면, "뭐 저런 3류들까지 우리와 같은 반열에 놓는가?"라며 기분 나빠할지 모른다. 지금 ‘미전향 인질’들에게 남은 것은 권력 욕심·돈 욕심밖에 없어 보인다. 물론 이 때문에 이들이 나라를 더 망칠 것은 분명하다.

6·1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지금 ‘남조선 미전향 인질’들이 민주당 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당내 전대협 주사파와 이재명을 지지하는 한총련·경기동부연합 주사파 간 권력싸움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2024년 총선까지 이들을 완전히 몰아내야 비로소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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