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이춘근

미국 국가안보 보좌관 제이콥 설리반은 바이든의 방한·방일 기간 중 북한이 미사일 혹은 핵실험으로 도발할 것이라는 첩보를 확인했다. 그리고 만약 북한이 도발할 경우, 동북아 지역에 있는 미국 군사력은 상응한 대응을 할 것이라 경고했다. 바이든이 동북아시아에 머물던 5월 20일부터 24일까지 북한은 아무런 도발도 하지 않았다. 일부 언론은 북한이 국상(國喪) 중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으나, 부분적인 설명에 불과하다. 이 기간 중 김정은의 멘토였다는 현철해 원수가 사망했고 장례를 치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을 자제했던 보다 큰 이유는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이 동북아시아 지역에 파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아브라함 링컨 항공모함, 공격용 항모 트리폴리와 아메리카호 등 4척의 항공모함과 코브라 볼 등 최첨단 정찰기, 수백기에 달하는 최신형 전투기를 배치하고 있었다.

북한은 바이든이 아시아 방문을 마치고 태평양 상공을 비행, 미국으로 향하던 25일 아침 6시 무렵 3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단행했다. 등 뒤에서 쏘는 것 같은 비겁한 일이었지만, 북한으로서는 최대의 용기를 내어서 감행했을 것이다. 한 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한 발은 중거리 미사일, 또 다른 한 발은 단거리 미사일이었다. 단거리 미사일은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이들 세 발은 미국·일본·한국을 각각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북한은 여러 종의 미사일을 섞어 발사하는 꼼수를 썼지만 전략적으로는 바보스러운 무모한 행동이었다. 북한이 미국·일본·한국을 동시에 공격한다는 것이 군사 전략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 한미 양국은 실질적인 행동으로 대처했다. 양국은 함께 북한의 미사일 발사기지를 원점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 실험을 단행했고, 미국의 B 52 폭격기는 동해 상공을 날며 무력 시위를 했다. 대한민국 공군 역시 F-15K 전투기 30대 이상을 동원, 엘레판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단행함으로써 북한을 겁줬다. 일본은 북한의 초고속 미사일을 탐지하기 위한 드론을 동해상에 상시 띄울 방안을 강구할 것임을 발표했다. 북한이 아무런 대응 없이 도발을 단행할 수 있었던 시절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 끝났다. 김정은은 세상이 달라졌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