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 십자가들. 2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밖에 이틀 전 발생한 총기난사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십자가들이 세워져 있다. 지난 24일 이 초등학교에서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숨졌다. /AP=연합
미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 십자가들. 2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밖에 이틀 전 발생한 총기난사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십자가들이 세워져 있다. 지난 24일 이 초등학교에서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숨졌다. /AP=연합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낼 400억달러(약 50조3000억원)가 있다면, 우리는 아이들을 집에서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개막한 전미총기협회(NRA)의 연례행사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돈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교사가 무장했다면 이런 참극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학교 보안의 향상을 위해 금속탐지장치 도입과 무장경찰의 상시 배치를 제안했다. 특히 "악의 존재, 그게 바로 법을 지키는 시민들이 무장해야 할 최고의 이유"라며, 총기 금지구역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기 참사가 일어난 학교로부터 약 440㎞ 떨어진 곳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총기규제 개혁론자와 민주당의 거센 비난 속에 진행됐다.

지난 24일 텍사스주 소도시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의 경우, 경찰이 거의 1시간 20분 동안 ‘무대응’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현장 지휘관인 피드로 아리돈도 유밸디 교육구 경찰서장은 범인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치하는 상황으로 오판, 사실상 범인의 학살극을 방치한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 경찰은 명백한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소송에서 보호받을 면책권을 가지지만, 검찰은 형사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주 경찰 훈련 매뉴얼엔 경찰 자신의 안전보다 무고한 사람의 생명보호를 우선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지난해 미국 대도시 경찰·치안 관련 예산의 잇따른 삭감 또한 범죄를 키운 배경이 됐다고 지적된다. 특히 의회가 민주당 우세인 도시들에서 대부분 경찰 예산이 줄었다. 지난해 5월 미니애폴리스 폭동 당시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마약전과 및 위조지폐 소지 혐의로 붙들린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져 ‘흑인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가 더 번지게 됐다. 이에 조 바이든 행정부 및 민주당이 ‘과잉 진압’을 탓하며 경찰 예산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예산 삭감 이래, 지난 1년간 범죄율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의 살인사건이 32.2%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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