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공사에서 데이원자산운용으로 이적 "3년 차에 우승하겠다"

6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 KGC 김승기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
6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 KGC 김승기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

최근 프로농구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령탑은 김승기(50) 감독이다.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20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고, 2021-2022시즌에는 준우승했다.

특히 2020-2021시즌에는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10전 전승’을 거두는 사상 최초의 기록을 만들었다.

정규리그 100경기 이상 치른 감독 기준으로 승률 2위(127승 86패·57.7%)에 올라 있고, 플레이오프 10경기 이상 치른 감독 중에서는 승률 1위(31승 15패·67.4%)다.

2연패를 노린 이번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의 부상 공백을 이겨내고 6강과 4강 플레이오프를 통과했지만 이에 따른 체력 소모와 부상 선수 발생 등으로 인해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서울 SK에 1승 4패로 패했다.

이후 김승기 감독은 2015-2016시즌부터 7년간 몸담았던 인삼공사를 떠나 신생 구단인 데이원자산운용으로 이적했다.

고양 오리온을 인수하는 데이원자산운용은 최근 ‘예능인’으로 선수 때보다 인기가 더 많아졌다는 ‘농구 대통령’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이 구단 사장을 맡았고, 역시 농구 국가대표 출신 센터 정경호 씨가 단장에 선임됐다.

지난 27일 뉴스와 만난 김승기 감독은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얻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데이원자산운용이 농구 발전을 위해 벌써 큰 노력을 하는 것 같은데 제가 가서 그런 노력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적 소감을 밝혔다.

데이원자산운용은 벌써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부터 많은 화제를 뿌린 끝에 슈터 전성현이 김승기 감독과 함께 인삼공사에서 이적했고, 오리온 시절 팀의 간판으로 활약한 포워드 이승현은 전주 KCC로 떠났다.

또 이승현과 함께 팀의 ‘원투 펀치’로 나섰던 가드 이대성에 대한 트레이드설도 끊이지 않는다.

김승기 감독은 "우선 첫해 목표는 6강"이라며 "팀을 우승 전력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우선 전성현이 오면서 퍼즐 하나를 맞췄고, 다음 시즌에 또 선수를 보강해서 3년 차에는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인삼공사를 떠나게 된 서운한 마음은 여전했다.

그는 "어제(26일) 가족들과 마트를 갔는데 팬 분께서 ‘다른 팀으로 가셔서 너무 기분이 안 좋다’고 하시는데 저도 마음이 그렇더라"며 "저는 특히 안양이 고향이라 더 애정이 많았고, 팬 여러분들이 저를 인정해주셔서 계속 그 팀에 있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사실 김승기 감독과 인삼공사의 ‘이상 기류’는 2020-2021시즌 우승 이후 더욱 커졌다.

우승 감독의 재계약 조건이 ‘1+1년’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대개 우승 감독을 재계약할 때는 기간을 넉넉히 배려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 감독은 "예전 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조금…"이라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재계약하는 과정에서 자존심도 상했고, 이 팀에서 나가게 될 때가 오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1년 만에 나가게 될 줄은 몰랐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큰 차이가 아니면 계속 인삼공사에 남고 싶었다"며 "다만 그런 부분이 맞춰지지 않아서 나오게 됐는데 팬 여러분께 죄송하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승 4패로 패한 챔피언결정전에 대해서는 "멤버 구성도 SK보다 좋다고 하기 어렵고, 4강에서 kt를 만나 힘을 많이 썼다"며 "챔프전에서 우승을 떠나 최소한 7차전까지 가는 재미있는 농구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김 감독은 "주전 선수들이 다 아파서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모두 끝까지 투혼을 발휘했다"며 "그래서 경기가 끝나고 다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고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이번 준우승 후 울었다는 김 감독은 오히려 ‘10전 전승’으로 우승한 2020-2021시즌에는 오히려 눈물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감독님들께 죄송하지만, 사실 작년에는 10전 전승은 몰라도 10승 1패나 10승 2패 정도로 우승하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그런 팀을 만드는데 3년 정도 걸렸으니 이번 새로운 팀에서도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 사장과의 인연에 관해 묻자 김 감독은 "저는 허재 형 때문에 농구를 시작한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1980∼1990년대 ‘썰렁 개그’의 단골 소재였던 ‘허재가 농구허재’의 실제 모델인 셈이다.

그는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허재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그러다가 중·고·대학교까지 후배가 되면서 저를 많이 챙겨주셨다"고 회상했다.

이번 이적에도 허재 사장과 상의를 많이 했는데 허 사장은 오히려 "인삼공사에서 웬만큼 대우를 받으면 우리와 함께하지 못해 아쉽겠지만 너는 그 팀에 남는 게 맞다"는 조언을 해줬다는 것이다.

함께 데이원자산운용으로 이적한 슈터 전성현에 대해서는 "슈팅력은 워낙 좋았던 선수"라며 "다만 제가 처음 인삼공사에 왔을 때 정규리그를 통째로 쉬었는데 ‘플레이오프에 바로 스타팅으로 넣을 테니 준비하라’고 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당시 전성현이 다른 구단의 몇몇 선수들과 함께 대학 시절 스포츠 베팅 관련 징계를 받아 정규리그에 출전하지 못했는데 징계가 풀리자마자 플레이오프에 선발로 내보낼 정도로 믿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경기에 뛰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실망하지 않게 해주려고 했다"며 "경기에 뛰려면 수비도 해야 하니 수비도 죽기 살기로 했고, 지금은 수비력도 많이 좋아졌다"고 제자를 칭찬했다.

7월 창단식 등을 앞둔 김승기 감독은 "우승도 좋지만, 무엇보다 농구가 예전처럼 인기가 많아져서 팬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스포츠가 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 시즌에도 7차전까지 하고 싶었다. 그러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지만, 새 팀에서 더 재미있는 농구를 펼쳐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 아들이 한국가스공사(김진모)와 KCC(김동현)에서 뛰는 김 감독은 "이번 여름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 시즌에는 코트에서 맞대결하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고 애틋한 아빠의 마음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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