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로고. /로이터=연합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로고. /로이터=연합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테라USD의 폭락 사태 이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다시 만든 ‘루나2.0’이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됐다. 간판을 바꿔 달고 돌아온 것이다.

루나2.0은 지난 28일 오후 5시 싱가포르 거래소 바이비트에 0.5달러로 상장된 후 30달러까지 폭등했다. 상장하자마자 60배 뛴 것인데, 곧장 5~6달러로 내려앉았다. 5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거래액은 하루도 안 돼 3617만 달러(약 455억원)로 치솟았다.

테라 블록체인의 부활, 즉 ‘테라2.0’을 선보인 권 대표는 기존 루나·테라USD 보유자에게 루나2.0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에어드롭’을 실시했다. 에어드롭이란 특정 암호화폐를 보유한 사람에게 비율에 따라 다른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루나와 테라USD는 각각 ‘루나 클래식’, ‘테라 클래식’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해외 거래소인 후오비와 OKX에 이어 업비트, 빗썸, 고팍스 등 국내 거래소까지 에어드롭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 몫으로 테라폼랩스가 전송한 루나2.0은 규정상 거래소가 보유할 수 없는 만큼 투자자들에게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느 한 거래소가 루나2.0을 상장하는 경우다. 국내 거래소들은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에서 한 거래소가 상장하면 전 세계에 있는 루나2.0 보유자들은 해당 거래소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 바이비트 역시 그런 해외 거래소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루나·테라USD의 몰락은 전 세계 투자자를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우크라이나에 사는 한 30대 남성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에 휘말린 조국의 은행보다 스테이블 코인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테라USD에 투자했다. 하지만 그는 저축한 돈의 90%를 날렸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이 우크라이나 청년은 자살까지 고민했다고 지난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털어놨다.

같은 날 국내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결국 폭락하기는 했지만 상장폐지를 앞두고 루나 가격이 4배가량 치솟는 ‘상폐빔’이 나타난 것이다. 상폐빔은 상장폐지 직전 시세가 급등해 레이저빔처럼 오르는 것을 빗댄 것이다.

테라2.0은 알려진 내용이 없다. 기존 루나와 테라USD처럼 가치 유지를 위해 알고리즘으로 엮이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만 전해졌을 뿐이다.

테라USD는 암호화폐 가격이 달러 같은 법정화폐와 연동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1암호화폐=1달러’인 셈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가격을 유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암호화폐를 발행할 때마다 발행사가 달러를 적립하는 것이다. 투자자는 언제든지 암호화폐를 발행사로 가져가 1달러를 받을 수 있어 암호화폐 가격이 1달러로 유지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스테이블 코인 테더가 이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둘째는 루나·테라USD처럼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것이다. 테라USD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테라USD를 사서 1달러어치 루나로 바꿀 수 있는 만큼 0.1달러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되면 투자자들은 테라USD를 사려고 몰려들고, 이를 통해 다시 1달러로 올라가는 매커니즘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투자자들이 탈출하듯 테라USD를 팔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매도 주문이 나오자 테라USD의 가격 유지를 위해 루나를 추가 발행하는 데도 차질이 생겼다. 발행 속도가 매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아울러 공급이 늘어난 루나 가격이 떨어지면서 테라USD와 루나가 가격 하락의 소용돌이로 동반 추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권 대표가 새로 선보인 테라2.0에 대한 시선은 암호화폐 업계 내에서도 곱지 않다. 도지코인을 개발한 빌리 마커스는 "테라2.0은 암호화폐 도박꾼들이 얼마나 멍청한지 세상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죽음의 폭탄 돌리기’가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실제 이용자는 558만명으로 이 가운데 30대가 31%인 174만명, 20대 이하가 24%인 134만명이다. 절반 이상이 2030세대인 셈이다. 이들은 부동산과 증시 급등장에서 자산을 불릴 기회를 잃고 ‘벼락거지’가 된 이후 역전을 노려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가격변동성이 매우 크다. 루나·테라USD 폭락 사태가 되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이 저점"이라며 뛰어드는 2030세대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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