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동통신 3사에 5G서비스에 대한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통 3사는 중간요금제로 인한 수익성 저하를 최소화하면서 정부 정책을 수용할 최적 요금제 설계에 착수했다. /연합
정부가 서민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동통신 3사에 5G서비스에 대한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통 3사는 중간요금제로 인한 수익성 저하를 최소화하면서 정부 정책을 수용할 최적 요금제 설계에 착수했다. /연합

윤석열 정부의 핵심 통신정책의 하나인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가 올 3월 정식 출시될 전망이다. 이통 3사의 속내는 복잡하다. 짐짓 웃는 얼굴로 정부 방침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익성 감소 우려에 전전긍긍이다. 이에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채산성 하락 최소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중간요금제 설계를 위해 계산기를 바삐 두드리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는 제1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서민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이통 3사의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처음 언급한 뒤 통신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중간요금제를 정부 정책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기재부가 목표로 한 출시 시기는 올 3분기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5G 요금제가 이용자의 데이터 소비행태를 고려하지 않아 원성이 끊이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실제 현재 3사의 5G 요금제는 월 데이터사용량 12GB 이하와 100GB 이상뿐이다. 중간구간은 텅 비어 있다.

반면 5G 가입자 1인당 월평균 데이터사용량은 20~30GB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의하면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가 월평균 44GB, 일반 요금제 가입자는 14GB 정도다. 대다수 고객이 울며 겨자 먹기로 100GB 이상의 고가 요금제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얘기다.

중간요금제는 이처럼 비어 있던 구간을 커버하는 요금제로 고객 선택권은 확대하고 가계부담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의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는 부가효과도 예상된다.

사실 이통 3사는 그동안 많은 시민단체가 이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버티기 모드로 일관했다.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면 고가 요금제 가입자의 하향 이동에 의한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5G가 상용화 4년차에 접어들며 가입자가 3월 기준 2291만명으로 급증한 점에 주목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 1분기 이통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0.7% 늘어난 1조3202억원에 달했다"며 "3G·4G보다 요금이 비싼 5G 가입자의 증가로 수익성이 개선돼 요금인하 여력이 생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통 3사도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내심 울상을 지으면서도 정부 의지가 강하고 반대할 당위성마저 취약해 어떻게든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전향적 모습을 견지하고 있다.

앞서 김진원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0일 "5G가 대세가 되는 시점에 다양한 요금제에 대한 요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선제적 중간요금제 출시 가능성을 내비쳤다. KT와 LG유플러스도 이미 최적 중간요금제 설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3사를 통해 5만원대 후반~6만원대 초반의 중간요금제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보급형 요금제가 5만원 중반, 고가형이 6만원 후반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다만 이것이 단순한 생색내기를 넘어 실제적 소비자 편익 증대와 국민 통신비 누수 차단 효과를 발휘하려면 1~2개의 요금제 신설이 아닌 구간별 세분화된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100GB 구간을 10GB나 20GB 구간마다 끊어 최소 4~5개를 추가하는 식이다. 선진국 주요 이통사들이 이 같은 형태로 고객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의 통신사 오투(O2)는 5GB·12GB·25GB·60GB·150GB·250GB 등의 요금제를 갖추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내 5G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사용량인 20~30GB에 맞춘 요금제 하나만 출시되는 것"이라며 "정부는 중간요금제가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수익성 하락을 최대한 막으려는 이통 3사의 꼼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들은 또 이참에 기존 5G 요금제도 손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급형과 고가형 요금제의 데이터 가격 편차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6만9000원의 110GB 요금제는 1GB당 환산가격이 627원인데 반해 10~12GB 요금제는 월 5만5000원으로 1GB당 4583~5500원에 이른다. 최대 8.7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어떤 가격과 방식으로 중간요금제가 마련될지는 예단키 어렵지만 이통 3사의 수익 감소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서 이를 상쇄해낼 수 있을지가 올해 경영실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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