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서 3000km '전략적 요충지'...태평양 함대 감시 최적 포인트
지난해 개보수 작업에 자금 지원...남태평양 일대 포섭 여부도 관심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28일(현지시간) 사모아 수도 아피아에서 피아메 나오미 마타아파 사모아 총리와 양자협약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한 중국은 이날 인근 섬나라 사모아와도 상호협력 강화를 골자로 한 협약을 맺었다. /AFP=연합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28일(현지시간) 사모아 수도 아피아에서 피아메 나오미 마타아파 사모아 총리와 양자협약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한 중국은 이날 인근 섬나라 사모아와도 상호협력 강화를 골자로 한 협약을 맺었다. /AFP=연합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남태평양 8개국 순방 계기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영향권 하에 있던 남태평양 일대가 중국의 포섭에 넘어갈지 주목된다. 중국의 자금이 투입된 키리바시의 활주로가 전략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닛케이)신문은 왕 부장이 지난 27일 남태평양 8개국 순방의 일환으로 키리바시를 방문한 가운데, 키리바시 캔턴섬의 활주로 개보수 사업에 이목이 쏠린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키리바시 정부는 작년 5월, 캔턴섬 활주로 개보수와 관련해 중국으로부터의 자금 지원 사실을 밝혔으나, "전적으로 민수용 활주로"라며 중국과의 군사·안보 협력엔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에서 3000km 떨어진 키리바시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더구나 키리바시는 2019년 9월 대만에 단교를 통보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작년 5월 대만의 한 군사학자(章榮明)가 대만 국방안보연구원(INDSR) 발간 보고서에서 중국이 키리바시의 폐비행장을 개조해 미국의 태평양 함대를 감시하는 전략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2차 세계 대전 중 미국이 키리바시 캔턴섬에 건설한 약 2000m짜리 활주로의 개조를, 중국이 지원하고 그 대가로 활주로를 사용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미국 태평양 함대 감시에 최적의 포인트를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왕 부장의 키리바시 방문 자료에 활주로 관련 내용은 적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하며 중국이 ‘남태평양 군사거점’을 확보한 상태다. 남태평양 10개국과도 포괄적 개발 협정을 성사시키면, 중국 경찰이 태평양 도서국가들에 상주할 수 있게 된다. 전용 통신망 설치도 가능하다. 유사시 군 기지까지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대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국제질서에 대한 가장 심각한 장기적 도전", "시진핑 국가주석 아래 중국 공산당이 (국내에선) 더욱 억압적이며 (해외에선) 더욱 공격적으로 대응한다."

미국은 지난 27일 남태평양 도서국 중 처음으로 피지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14번째 회원국이 됐음을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아태 지역을 지정학적 갈등의 바둑판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꼬집는가 하면, 시진핑 국가주석 또한 태평양 섬나라들을 "중국의 새로운 중요 플랫폼"이라 칭했다.

28일 사모아와도 상호협력 강화를 골자로 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중국의 ‘맞불’ 협정이 가속화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항행의 자유’를 가능하게 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중대한 도전임엔 분명하다. 통상국가 대한민국을 지탱해 온 가장 중요한 조건의 하나가 ‘항행의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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