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공항 이전’ 6.1 지방선거 회오리

제주·부산·울릉도까지 전국에서 “철회하라” 반발
국힘 총공세...김기현, 제주 내려가 철회 서명운동
이재명 측 “수직이착륙 여객기 시대” 등 황당 대응
“중앙당 공약 아니다” 민주당 내부도 수습에 곤혹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 및 연대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허향진 제주도지사 후보, 부상일 제주을 국회의원 후보. /연합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 및 연대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허향진 제주도지사 후보, 부상일 제주을 국회의원 후보. /연합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좌파 포퓰리즘이 또다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인천 계양을 후보로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그야말로 대선주자급을 상기시켜 주는 단편적 포퓰리즘의 예라 할수 있다. 지역구 의원 후보의 입에서 정부 차원의 대규모 토목공사 비전이 나온다는 것 역시, 성남시장을 했던 이 후보만 가능한 공약이다.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이미 이 후보가 지난 대선 전 꺼내 들었다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슬그머니 감춰뒀던 공약이다. 포퓰리즘이라는 국민의 반발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6·1 지방선거를 며칠 남겨두고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다급한 나머지 ‘김포공항 이전’을 또다시 공약으로 꺼내들었다. 이미 민주당에서도 반대하는 공약이었다. 들고나오는 순간 민주당은 포퓰리즘의 대명사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었다. 공상과학에나 나올 법한 ‘수직이착륙 여객기’ 등을 난발하는 급의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포퓰리즘 공약으로 지선을 앞둔 민주당은 초상집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이미 최근 당내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으로 당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져 있었다.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의 ‘586 용퇴론’으로 갈등을 빚다가 당 지도부의 임시봉합으로 사태를 추스르는가 싶었지만, 이 재명 후보의 한방에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30일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로 있는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재명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대해 "사실 이게 안되는 얘기다. (김포공항 이전 공약) 대선 때도 나왔던 얘기"라며 "송영길 후보가 무지하게 밀었고 이재명 후보가 상당히 관심이 있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선 당시 김포공항 이전이 당시 민주당 대선 공약으로 검토됐지만, 국토위 간사인 본인이 이전 가능성에 대해 분석해본 뒤 반대했다는 의미다. 즉 현실 가능성 제로 공약이었다는 것을 민주당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자신이 살기 위해 당을 죽이면서까지 공약을 고집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물론, 본인도 죽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제 꾀에 제가 넘어지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후보가 내지른 이 공약으로 서울은 물론 제주도와 부산 등 전국 차원의 국민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초유의 위기를 회피하기 위해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선을 긋고 나섰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김포공항 이전 공약 논란과 관련해 "중앙당 공약이 아니라 각 지역 입장에서 정책 제안을 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김포공항 이전 문제는 한 개 지역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국민의 지탄은 무서울 정도로 민주당으로 향하고 있다. 정치권의 비판 또한 민주당의 전의를 떨어뜨리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의 반발도 강해 이 후보는 연일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오영훈 민주당 제주지사 후보는 전날 제주지역 민주당 의원들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제주의 미래는)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이재명 후보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면서 함께 망하게 만드는 비현실적 공약이라며 총공세를 퍼부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후보 주장은 전체적으로 거짓말, 막말의 조합일 뿐 아무 내용도 없다"고 비판한 데 이어서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고속전철로 10여 분 거리’라는 이 후보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이 후보는 대선 때는 김포공항이 강서구의 자산이라고 했는데, 계양에 가더니 김포공항이 애물단지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참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역시 MBC 라디오에서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민주당의 ‘공도동망’(共倒同亡·같이 넘어져 함께 망함)의 정책"이라며 "국민이 이런 극단적 이기주의 정책을 펴는 사람을 리더로서 자격이 있다고 보겠나"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 허향진 제주지사 후보, 부상일 제주을 국회의원 후보 등도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3층 출발장 왼쪽 입구 앞에서 ‘김포공항 이전 관련 공동대응 협약식’을 가지며 민주당과 이 후보를 직격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도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겨냥해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혔다. 박 후보는 "문지방을 보지 않고 밥만 먹으려 달려들다 밥상을 엎는 정당"이라며 "눈앞의 서울만 보고 눈 뒤의 부산과 제주는 보려하지 않는 단견에서 짙게 드리운 포퓰리즘을 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포공항이 없어지면 부산도 직격탄을 맞는다. 제주 못지않게 부산시민의 발이자 부산의 산업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은 물론 부산을 관광도시로 만든 주역이 김포~부산 항공노선"이라며 "이런 분들이 정권 안 잡은 게 부산으로서는 정말 큰 다행"이라고 했다.

이런 비난 속에서도 이 후보는 자신에게 향하는 비판에 반박하며 연일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자신을 비판한 오 후보를 향해 "철부지 악당"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오 후보도 "대장동 악당 따라가려면 철부지 악당의 갈길이 아직 멀다"고 되받아치며 "한때는 대통령이 될 뻔했던 대장동 악당 후보, 그리고 그 후보를 구하기 위해 갑자기 서울로 출마한 급조된 후보 송영길 콤비를 이번 선거에서 겸손한 사람들로 만들어달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