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속에서 주요 도시 봉쇄에 나선 중국이 지난달 20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했다. 중국 인민은행 전경. /연합
코로나19 재확산 속에서 주요 도시 봉쇄에 나선 중국이 지난달 20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했다. 중국 인민은행 전경. /연합

가중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전 세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각국 중앙은행들도 물가를 잡기 위해 20여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긴축 통화정책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는 60회를 넘는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채택해 온 완화적 통화정책이 갑작스럽게 역전됐음을 의미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영국 영란은행(BOE)은 긴축 통화정책을 서두르는 대표적 중앙은행으로 꼽힌다.

미 연준은 지난 5월 초 기준금리를 0.75~1.0% 범위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의 최대 인상폭이다. 같은 달 25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대다수 참석자들은 추후 2~3차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영란은행은 지난 4차례의 통화정책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로써 영국의 기준금리는 1.0%로 높아졌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3월과 4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데 이어 조만간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오는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방침이다. 9월에는 지난 8년 간 지속한 마이너스(-) 금리 실험도 끝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은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전월의 4.6%보다 0.15%포인트 낮은 4.45%로 고시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대도시 봉쇄로 경기 둔화 위기에 봉착하자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 인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처럼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긴축 통화정책이 가속화되고, 이로 인해 유동성 파티 역시 빠른 속도로 끝나가면서 신흥국 채권시장의 기상도는 잔뜩 흐려지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선진국의 채권 금리도 오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2.745%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의 1.631%보다 1.7배 뛴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과거처럼 낮은 금리의 달러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흥국의 채권 등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금리 격차가 줄어드는 만큼 투자 위험이 높은 신흥국 채권보다 안전하고 금리도 오른 선진국 채권을 더 선호하게 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달러 표시 신흥국 국채 기준물인 JP모건의 EMBI 글로벌 다각화지수는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15% 하락했다. 이 같은 지수 하락폭은 지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것이다.

해외자본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자금흐름 분석기관인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 리서치(EPFR)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흥국의 뮤추얼펀드와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서 360억 달러(약 44조5000억원)가 빠져나갔다.

현재 한국(1.75%)과 미국(0.75~1.0%)의 기준금리 차이는 0.75~1.0%포인트다. 하지만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을 2~3차례 더 밟으면 연말께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 ‘금리 역전’은 해외자본 유출을 가속화해 국내 채권시장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신흥국의 대표격인 중국은 최악의 해외자본 이탈을 마주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중국의 금융시장에서 지난 3월부터 두 달 간 채권 130억 달러와 주식 50억 달러 등 모두 180억 달러(약 22조3000억원)가 빠져나갔다. 주요 도시에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시행하면서 경제활동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이 대출우대금리를 내린 것이 투자자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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