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2016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당시 ‘몽유병자 여의도 정치권’이 잠시 시끄러웠다. 누군가 핵무장론(당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을 제기할 찰나 당시 야당 민주당이 끼어들어 핵무장론은 안보 포퓰리즘이라며 윽박질렀다. 당 대표 문재인도 "부적절한 논의"라고 거들었다. 그렇게 유야무야됐던 핵무장론이 새로 등장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로 지금 다시 발등에 불이 붙었고, 저번 한미 정상이 합의한 확장억제 약속으론 부족한 탓인데, 핵무장론의 물꼬 튼 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이다.

그는 담대하게도 한일 동시 핵무장을 꺼냈다. 그와 별도로 재미학자 최승환 교수(일리노이주립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핵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을 국내 인터넷신문에 기고했다. 좋다. 그래도 살아있는 지식인이 있다는 뜻인데, 사실 세계에서 핵 위협에 가장 노출된 게 이 나라다. 그런데도 핵무장론을 쉬쉬하는 건 대한민국이 국가 이전의 단계란 뜻이 아닐까? 더욱이 우리 위쪽의 적성 국가 셋(북한-러시아-중국) 모두가 핵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거의 10년 전 정몽준 전 의원의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이웃집 깡패가 최신형 기관총을 구입했는데 돌멩이 달랑 들고서는 집을 지킨다고 할 수 없다"는 비유와 함께 핵무장론을 거론했던 거의 첫 정치인이었다. 그렇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든다고 한 게 30년 전이었다. 이 나라가 정상이라면 당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어야 옳았다. 동공 풀린 국민을 위해 핵 민방위훈련도 병행했어야 옳았다. 그렇게 분위기 만들고 공론장을 펼쳐 정치권이 결단하는 게 순서였다. 지금도 늦지 않은데, 사람들은 우리가 NTP(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면 큰일로 아는데 그게 사실일까? 아니다. 그 나라가 핵 위협에 노출됐다면 탈퇴하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핵무장하면 고립을 자초해 경제 폭망한다는 얼간이도 있다. 그것도 절반의 진실이다. 한일 동시 핵무장은 외려 미국의 짐을 더는 효과가 있다. 윤 대통령도 "북한을 달래던 시절은 끝났다"고 선언했는데 그렇다면 구체적 방략을 짤 때다. 현 상황은 임진왜란 직전과 같다. 통신사 황윤길-김성일의 엇갈리는 예측 속에 조선은 애써 전쟁을 준비할 필요가 없는, 쉬운 길을 택했다. 또 그러자는 건가? 우린 정말 죽어야 죽는 줄 아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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