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2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3.1%)보다 1.4%포인트(p)나 높은 수준이다. /연합
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2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3.1%)보다 1.4%포인트(p)나 높은 수준이다. /연합

지난 4월 생산·소비·투자가 ‘트리플 감소’를 기록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꺾인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이어지면서 앞으로도 생산 ·소비·투자가 동반 부진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31일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농림어업을 제외한 4월 전산업 생산지수는 116.4로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지수는 올해 1월(-0.3%), 2월(-0.3%) 연속 감소한 뒤 3월(1.6%) 반등했지만 4월에 다시 꺾였다.

이를 분야별로 보면 광공업 생산은 3.3% 줄며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3.5%)와 식료품(-5.4%) 등의 생산이 줄며 제조업 생산이 3.1% 감소한 영향이다. 3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정점 도달로 급증했던 의약품 생산이 정상화되면서 4.7% 감소한 여파도 있다. 제조업 재고는 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0.2% 늘면서 증가세로 전환됐다. 공공행정 생산도 4.3% 줄었다.

다만 서비스업 생산은 1.4% 증가했다. 사적 모임과 영업시간 제한 등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음식점과 주점 등 숙박·음식점업(11.5%)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미용 등의 수요가 늘며 협회·수리·개인(8.7%) 생산도 늘었다. 건설업 생산도 1.4% 증가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4월 소매판매액지수는 119.7로 전월보다 0.2% 줄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올해 1월(-2.0%) 감소한 뒤 2월에는 보합을 나타냈다. 하지만 3월(-0.7%)과 4월 두 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은 최근 거리두기 해제로 가정 내 소비 수요가 외식 등 외부 소비로 전환되면서 전체적인 서비스 소비 자체는 전월보다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이를 품목별로 보면 의복 등 준내구재(7.7%)나 승용차 등 내구재(0.4%) 판매는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감소로 의약품 판매가 줄며 비내구재(-3.4%) 판매는 감소했다.

특히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7.5% 줄어 3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며 반도체 장비 등을 중심으로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줄어든 것은 202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이다. 사실상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인데, 대외 리스크와 고물가에 따른 불확실성 등이 중첩돼 나타난 상황으로 분석된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1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내렸다. 3월에 이은 두 달 연속 하락이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3으로 0.3포인트 하락해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선행지수가 10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2007년 12월부터 2009년 1월까지 14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처음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광공업 생산이 조정을 받으면서 전체 생산이 감소세로 전환됐고,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등 내수 지표도 부진했다"며 "전체적으로 경기 회복과 개선 흐름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봉쇄 조치 등 대외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경제 심리가 둔화하는 가운데 방역 정상화로 반등이 기대되는 내수도 물가 압력 등 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어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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