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연합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에 나서고 우크라이나 사태도 장기화되면서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회전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시가총액 회전율은 총거래대금을 평균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주식 거래가 얼마나 활발한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수치가 클수록 거래가 활발하다는 의미다. 역(逆)으로 시가총액 회전율이 하락하는 것은 그만큼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는 얘기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시장)의 시가총액 회전율은 8.74%를 기록했다. 코스피시장의 시가총액 회전율이 8%대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 2020년 1월의 8.69% 이후 28개월 만이다.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회전율은 지난 2020년 2월 이후 줄곧 두 자릿수를 기록해왔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투자자가 대거 주식 투자에 참여하면서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회전율은 지난해 1월 24.87%까지 올라갔었다.

이후에도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회전율은 10~16%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9.88%를 기록하면서 23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지난달 30일 기준 9조127억원에 머물러 올들어 처음으로 9조원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년 간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5월의 9조9573억원과 2021년 12월의 9조9195억원 등 두 번 뿐이다.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회전율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30일 기준 시가총액 회전율은 36.34%로 4월의 39.59%에 이어 2개월 연속 30%대를 이어갔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회전율은 2020년 1월 45.06%를 기록한 이후 44~95%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올들어 지난 2월 36.07%를 기록하면서 26개월 만에 30%대로 떨어졌다.

이처럼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잇따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금리)을 올리고 있는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의 보유 주식 등을 담보로 일정 기간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이다.

하지만 고객이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이를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할 수 있다. 여기에 신용거래융자 금리도 별도 부담해야 하는 만큼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DB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은 2일부터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올린다. 융자 기간에 따른 금리를 보면 신한금융투자는 7일 이내의 경우 연 4.50%에서 4.7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 8∼15일은 7.0%에서 7.25%, 16∼30일은 7.40%에서 7.65%로 각각 0.25%포인트씩 올린다. 지난 3월 금리를 올린 지 3개월 만에 또다시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DB금융투자는 금리를 전 구간에 걸쳐 0.2%포인트씩 인상하고, 메리츠증권은 0.1%포인트 올린다. 유안타증권,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은 이미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인상했다. 91일 이상 자금을 빌리는 거래에 대해서는 연 9.7%가 넘는 금리를 받는 증권사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는 신용거래융자의 금리를 설정할 때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의 금리를 기본금리로 한 뒤 여기에 가산금리를 얹는 방식을 사용한다. 많은 증권사가 기본금리로 활용하는 CD 91일물의 금리는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전 연 0.77%에서 현재 1.96%로 2.6배 상승했다.

이처럼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올라가는 와중에 주가 하락으로 반대매매가 늘어나면 빚을 내서 투자하는 개미들은 수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반대매매 규모는 일평균 1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79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다만 증시 침체와 이자 부담이 겹치면서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줄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 인상했다.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2.5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연 10%를 훌쩍 넘을 공산이 크다. 증시가 극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한 빚을 내 투자하는 개미에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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