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희
김인희

6·1 지방선거에서 가장 관심이 떨어졌던 선거는 아마도 각 시·도 교육감 선거일 것이다. 초·중·고교생 자녀가 없는 유권자들에게는 누가 교육감이 되건 별 상관이 없을 것이고, 교육정책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학생들은 투표권이 없으니 관심도 없을 수밖에 없다. 만 18세로 투표권 연령이 하향되면서 투표권을 가지게 된 고3학생들 정도만 대학입시 정책과 관련해 관심을 가질 뿐이다.

2007년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교육감 직선제는 항상 폐지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지만 중앙정부인 교육부와 지역 교육감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직선제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유권자들의 적절한 인물을 교육감으로 선출하지 못했던 탓이 크다. 전체 유권자 중에서 초·중·고교생 자녀가 있는 유권자는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당연히 절반 이상의 유권자는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없게 된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후보, 조직력을 가진 후보, 전교조같은 특정 정치세력에게 지원을 받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교육감 후보자는 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속정당도 기호도 없이 투표용지에 이름만 표기된다.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을 택할 개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수능 절대평가, 고교 학점제, 외고·자사고 폐지 등 교육의 수월성을 무시하고 평준화만 추구하는 교육 정책이 다수 도입됐다. 이번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후퇴했던 교육 경쟁력을 되살려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한국의 전체 교육정책에 대해 총괄할 권한은 정부에 있지만, 각 시·도의 교육정책 총괄은 상당수 그 지역의 교육감에게 권한이 이양되어 있다. 정부의 교육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교육감이 당선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입게 된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교육정책의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는 초·중·고교생 자녀가 있는 유권자에게만 교육감 투표권을 주는 것이다. 선거의 4대원칙 중 하나인 보통선거 원칙을 위반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선거 당선자에게 누가 영향을 받게 되는지를 생각하면 된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그의 결정 하나하나에 모든 국민이 영향을 받는다. 국회의원 역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지역의 대표로서 지역구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시장·도지사·구청장·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역주민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교육감의 교육정책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계 종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교육감의 교육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는 유권자가 교육감 선거에 투표하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것이다. 거기에서 촉발된 무관심이 적절한 인물을 선출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그 무관심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할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교육정책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 유권자들이 우리 자녀들의 교육정책을 좌우할 교육감 선거 투표에 참여하도록 방치해야 할 이유는 없다.

디지털기술이 발달했고 모든 행정도 전자화된 지금 시대에서 교육감 선거에 투표할 유권자를 선별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본인 거주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신분증만 조회되면 전국 어디서든지 사전투표가 가능한 시대다. 초·중·고교생 자녀가 있는 유권자에게만 교육감 선거 투표용지를 발급하는 것이 왜 불가능하겠는가.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