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환
오정환

MBC 뉴스데스크는 지방선거 투표일을 몇 시간 앞두고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지사 선거 상황을 리포트 2개로 보도했다. 그런데 김동연 김은혜 후보에 대한 MBC의 태도가 판이했다.

먼저 두 후보의 기사 제목을 ‘청렴한 경제 전문가’와 ‘손발 맞는 윤핵관’으로 붙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김은혜 후보가 새 정부와의 협조에 적임자라며 ‘최고의 윤핵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핵관’은 비선 실세라는 부정적인 의미도 담고 있으니 적절한 비유는 아니었다. MBC 기자들은 아마 잘 걸렸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를 기사 내용과 제목에까지 사용했다. 같은 지상파인 KBS나 SBS는 관련 기사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김동연 민주당 후보 리포트는 전체 분량의 거의 반을 김은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할애했다. 5문장, 43초 동안 재산신고 누락, 채용 청탁 의혹, 청담동 실거주 의혹 등을 일일이 열거했다. 내용도 자극적이었다. "흠집 많고 말 바꾸는 후보", "거짓말의 여왕" 등 욕설에 가까운 민주당 측 발언을 여과없이 전달했다. 물론 김은혜 후보 측 해명은 없었다.

반면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의 김동연 후보 비난은 단 2문장, 18초에 그쳤다. 내용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는 것이었다. 김동연 후보가 진짜 아파할 비판은 없었다. SBS는 김동연 후보가 전 정권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자라는 사실을 리포트 제목과 기사 내용과 유세 발언으로까지 전달했다. KBS도 "5년 동안 나라 맡겼더니 나라 완전히 망쳐놨죠. 그래놓고 또 표를 달라 그럽니까"라는 유세 발언을 경기도지사 선거전 기사에 넣었다.

#오세훈 시장이 김포공항 이전에 공감했다고?

이재명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선거전 막판 민주당의 악재였다.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국민의힘도 같은 공약을 했다며 끌고 들어갔다. 국민의힘 양천구청장 후보의 공약도 있었지만, 정치적 비중으로 볼 때 오세훈 서울시장이 더 관심을 모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작년 7월에 있었던 서울시 본회의 화면을 방송했다. 최선 서울시의원이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는 문제에 대해서 시장의 견해는 어떠하신가요?"라고 묻자, 오세훈 시장이 "상당히 경청하고 검토해 볼 만한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당시 타사 기사를 보면 민주당 소속 최선 시의원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오세훈 시장의 의견을 물은 게 아니다. 기사에는 "(최선 의원이) 공항부지의 스마트도시 개발로 한국사회에 가져올 긍정적 영향에 주목해줄 것을 요청하였다"라고 되어 있다. 시의원이 의회에서 김포공항 이전을 요청하는데 시장이 ‘어이없는 생각’이라며 단칼에 거절할 수 있겠는가. 이를 ‘오세훈 시장도 김포공항 이전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근거로 삼기에는 무리다.

MBC 기자도 그 사실을 알았던 것 같다. 리포트 맨 마지막 문장에 "시의원이 듣기 좋게 한 번 검토해 보겠습니다라고 답변한 것"이라는 오세훈 시장 해명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미 시청자들은 그 말을 듣기 이전에 오 시장이 김포공항 이전에 긍정적이었다는 인상을 굳혔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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