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도서국 순방의 일환으로 피지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68)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수도 수바에서 열린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피지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
남태평양 도서국 순방의 일환으로 피지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68)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수도 수바에서 열린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피지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10일간 남태평양 8개국 순방에 나선 가운데, 각국의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 등 취재가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왕 부장의 순방을 취재하는 남태평양 지역 기자들은 양자 회담이 진행되는 장소에 접근·촬영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기자회견장에서의 질문도 허용되지 않았다.

왕 부장은 솔로몬 제도·키리바시·사모아·피지에서 양자 회담을 갖고, 통가·바누아투·파푸아뉴기니·동티모르를 잇따라 방문한다. 각국에서 양자 회담을 갖고 협정을 체결했지만, 단 하나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아예 기자회견이 열리자 마자 기자들에게 ‘질문 불허’를 통보한 것이다. 가디언에 이 같은 상황을 제보한 피지 언론인 리즈 모보노(Lice Movono)는 왕 부장의 피지 방문 동안 중국 관리들이 기자들의 취재를 물리적으로 제한하려는 시도를 여러번 목격했다며, "중국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중국과 연계된 일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모보노의 말에 따르면 그를 비롯해 중국-피지 양자회담 관련 취재허가를 받았던 언론사들이 아무 설명 없이 출입증을 취소당했다. 이들에게 경찰은 회담 장소(그랜드 퍼시픽 호텔) 로비를 떠나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가 하면, 중국 관리들이 카메라 앞을 막아서며 촬영을 방해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왕 부장과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피지 총리 겸 외교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은 중국발로 보도됐다.

"우리 정부가 언론 브리핑을 진행했겠지만, 보도는 중국 정부로부터 나왔다. 몇몇이 질문을 던지자 중국 관리가 그만하라 소리쳤다"고 모보노는 전했다. "피지에서 기자로 산다는 것은 항상 투옥을 걱정해야만 한다. 저널리즘이 범죄로 취급된다. 감옥에 갇히거나, 회사에 부과된 엄청난 벌금으로 운영 중단에 몰릴 수 있다." 앞서 솔로몬제도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솔로몬제도 미디어협회(MASI)’는 기자회견 참석을 돌연 취소당하자, ‘취재 보이콧’으로 응수했다. 키리바시·사모아 등지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측의 상식을 벗어난 행위에 국제적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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