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 국회를 떠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 국회를 떠나고 있다. /연합

6·1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대패로 끝났다. 4년전인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대박’을 터트리며 압승했던 민주당이지만, 이젠 4년만에 ‘쪽박’을 차며 당의 앞날이 불투명한 처지에 놓였다.

3·9 대선 패배로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맞이한 선거였지만, 그 비대위마저도 ‘현 정권 안정론’과 ‘전 여당 심판론’이 합쳐진 민심의 파도를 막아서기엔 역부족이었다. 두 번의 큰 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한만큼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에 대한 공방까지 다시 불거지며 한바탕 큰 내홍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당대회 앞두고 ‘당권파’와 ‘쇄신파’ 충돌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열고 2024년 총선까지 당을 이끌 새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예상보다 더 큰 패배를 당하면서 당 내 주류인 ‘586 당권파’와 이들의 퇴장을 요구하는 ‘쇄신파’의 충돌이 예상된다.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한 쇄신파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586 용퇴론’을 내걸었다. 당내 주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과거 군사정권 당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공로는 인정하지만, 이제 우리 사회가 충분히 민주화 성숙기에 접어들었으니 586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물러나야 새로운 인물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당 내 586들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는 박 위원장의 이런 주장에 대해 ‘내부총질’ 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박 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충분한 상의 없이 발표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미 당권파와 쇄신파의 갈등은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이다. 또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이상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비대위를 맡았던 박 위원장이 그 책임론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쇄신파 역시 그대로 물러날 생각은 없어보인다. 이미 민주화 운동 시절의 초심을 잃은 기득권 586의 부작용을 당 내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이상 이들이 계속 당권을 장악하고 기득권을 누리는 한 민주당이 어떤 선거에서든 승리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검수완박 졸속입법, 성윤리 의식도 반성 대상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내에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찰) 입법을 강행한 것도 민주당에게는 자충수가 됐다. 당시 박 위원장과 조응천 의원을 비롯한 일부 쇄신파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방법과 시기는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며 이른바 ‘처럼회’가 중심이 된 검수완박 입법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은 무리한 입법이 결국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한 강성파들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위장탈당이라는 꼼수까지 둬가며 입법을 강행했고,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선거 이후에 당 내에서는 이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검수완박’을 추진한 강성파들에 대한 성토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두고 연이어 터진 성비위 문제도 민주당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박완주 의원은 보좌진에 대한 성폭력 의혹으로 제명조치 당했고, ‘처럼회’ 소속인 최강욱 의원은 ‘XX이’라는 낯뜨거운 표현을 공식석상에서 꺼내면서 당의 성윤리 의식 자체에 큰 피해를 입혔다.

◇반성이 먼저라는 ‘쇄신파’, 내부결속이 먼저라는 ‘당권파’

당의 부활과 재집권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쇄신파와 당권파의 생각이 너무 다르다. 쇄신파는 먼저 반성하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입장이지만, 당권파는 지금의 원내1당이라는 위치는 쉽게 흔들리지 않으니 내부 결속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민주당 당원들이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어느 쪽에 더 손을 들어줄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바꿔야 할 것이 많은’ 쇄신파와 ‘지켜야 할 것이 많은’ 당권파가 극적인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들이 합의점을 끝내 찾지 못한다면 ‘정치적 의견을 같이 하는 모임’인 정당의 테두리 안에서는 같이 할 수 없다. 과거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친박’과 ‘비박’으로 분열하며 바른정당과 새누리당으로 갈라졌듯이, 민주당도 ‘586’과 ‘비586’으로 분열하며 갈라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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