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 종합상황실이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등이 자리를 비워 썰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
1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 종합상황실이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등이 자리를 비워 썰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영남에 고립시켰던 더불어민주당이 4년만에 완전히 반대 처지가 됐다.

1일 치러진 제8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전국 17개 광역·특별지자체 중 전북·전남·광주광역시·제주특별자치도 등 4곳에서만 확실한 승리를 거두며 호남에 갇혀버렸다. 특히 충청지역 공략으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구축하려던 ‘서해안 벨트’ 구상도 완전히 물거품이 돼 버렸다.

민주당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정권을 차지했고 2018년 지방선거 압승에 이어 2020년 총선에서는 18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차지했다.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당혹을 넘어 충격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선거지형이 불리하긴 했지만 그나마 승산이 충분하다고 여겼던 인천·충북·충남까지 모두 여당에 내주며 ‘전국정당’에서 ‘호남정당’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여당인 국민의힘의 우세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긴 했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 이어 지난 3·9 대선에서도 국민의힘이 승리한데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되기 전인 ‘허니문 선거’였기 때문에 대통령 집권 초반 국정 안정을 바라는 ‘윤풍’(尹風)이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윤풍’이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어 훨씬 강력하게 전국을 휩쓸며 여당에게는 압승을, 야당에게는 참패를 안겨줬다.

민주당의 이번 참패는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2007년 제17대 대선과 비견될만한 사건이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전북·전남·광주광역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 광역단체장을 석권하며 당시 범여권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호남에 고립시켜버렸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당시 여당 프리미엄을 안고 있었음에도 광역단체 1곳(전북), 기초단체 19곳에 그쳐 노무현 정권 말기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며 여당 정체성을 완전히 잃었다. 결국 2007년 임기 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탈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호남 고립을 피할 수 없었다. 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은 정동영 후보를 내세워 정권재창출을 노렸으나 광주·전북·전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에게 압도당했다. 격국 10년만의 정권교체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이 당시 정동영 후보가 기록한 득표율인 26.14%는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제13대 대선 이후로 2위 후보로서는 가장 낮은 득표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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