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와 경쟁할 국내 최초의 대체거래소(ATS) 설립에 중소형 증권사들이 대거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출범이 탄력을 받고 있다.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 67년 간 이어져온 한국거래소의 독점체제가 경쟁체제로 바뀌면서 투자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5년 한국증권거래소·한국선물거래소·코스닥증권시장·코스닥위원회가 통합해 출범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전신인 대한증권거래소가 1956년 개설된 이후 독점적 시장 지위를 유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 본부 중 유가증권시장본부·코스닥시장본부·시장감시위원회는 서울에 있고, 경영지원본부·파생상품시장본부와 지난해 신설된 청산결제본부는 부산에 위치하고 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와 7개 증권사로 구성된 ‘ATS설립준비위원회’는 최근 중소형 증권사 30여 곳으로부터 대체거래소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따라 대체거래소에 참여하는 증권사는 기존 7곳에서 30곳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체거래소 설립은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근거가 마련된 뒤에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증시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 거래소 간 경쟁을 통해 거래시간 연장, 거래비용 감소, 새로운 종류의 호가 방식 등 다양한 매매체결 서비스가 등장해 투자자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
그동안 대체거래소 설립에 부정적이었던 한국거래소도 최근 ‘반대할 시기는 지났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체거래소 설립이 가능해진 만큼 타 거래소와의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서학개미들이 해외거래소에 상당 규모로 직접투자를 하고 있고, 외국인들도 국내 시장에 참가하고 있어서 한국거래소는 이미 해외거래소와 직접적인 경쟁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의 거래량은 시장 전체로는 15%, 개별 종목은 30%까지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 15∼20%까지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란 시각이 있으며, 이 경우 한국거래소는 일정 부분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증시 부진으로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이 같은 우려는 증폭되는 양상이다.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10조원 정도까지 줄어들면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 양쪽 다 수익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위험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몇 곳의 증권사가 대체거래소 설립에 참여할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관심이 있다는 수준으로 법률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서류 등으로 계약을 맺어야 참여 확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은 그 전의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ATS설립준비위원회가 당초 설정한 대체거래소 설립 목표 시기는 내년 말이다. 하지만 추후 단계에 드는 시간에 따라 순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금융투자협회는 올해 안에 예비 인가를 신청할 방침이지만, 아직 계획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상반기나 3분기 이내에 신청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행법상 금융위원회는 예비 인가 신청을 받고 2개월 이내에 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보완을 위한 결정 기간을 사실상 무한정 연장할 수 있다.
- 기자명 김미현 기자
- 입력 2022.06.02 16:09
- 수정 2022.06.0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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