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밥값 하는 작가라면 각자의 방식대로 문학 게릴라전을 수행하라." "공산주의 전부를 보여 주는 대신 각자 각본에 공산주의 원리를 딱 5분 맛보기로 집어넣으라." 미국의 좌파 시나리오 작가 달튼 트럼보와 존 하워드로슨의 말이다. 2차 대전 이후 좌파 코드에 물들었던 당시 할리우드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그것도 옛날얘기다. 지금 할리우드는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상당수가 소재-주제 면에서 PC영화를 표방하고 그걸 애써 뉴 노멀로 포장한다. 레닌이 말했던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을 구현하자는 것이다.

대놓고 좌파 이념 구현을 목표로 하던가, 그게 아니라도 비서구, 비백인, 비남성, 동성애 코드를 깐다. 하지만 할리우드를 찜쪄먹고 있는 게 한국영화라는 걸 왜 사람들은 쉬쉬할까? 한국영화? 돈파와 좌파가 결합한 좌익상업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썩 기묘한 공간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영진위 체제 이후 영화 대부분이 노골적 정치 편향을 가져왔고, 심지어 반대한민국 성향이다. 그런 한국영화 전형이 3년 전 봉준호의 ‘기생충’이었다. 어떻게 포장하던 그건 부자-기업인 모두를 죽이자는 얼치기 선동이 아니던가?

그런 작품에 아카데미상 모자를 척 씌워주니까 착시현상이 벌어진다. 영화라는 게 본래 그런 반항이자 일탈이라는 것, 그걸 무기로 돈과 영예마저 쥘 수 있다는 신념 말이다. 그리고 이번 칸 영화제는 영화감독 박찬욱에게 감독상을 안겨줬는데, 또 한 번 당혹스럽다. 한국영화가 멀쩡하다는 자화자찬 속에 이젠 박찬욱-봉준호가 좌파라는 목소리는 꺼내기도 힘들다. 그런 걸 걸러내자는 문화전쟁 얘기도 언감생심이다. 물론 박찬욱의 이번 수상작은 좌파코드가 없다. 하지만 박찬욱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두 개다.

20년 전 효순 미선양 사태 때 삭발한 채 거리에 섰던 모습이 우선이다. 그렇게 정치적 행보를 시작했던 그는 이듬해 민노당 주최 이라크 파병 반대 콘서트에 참여했다. 더 문제는 그의 출세작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웰컴 투 동막골’ 등 숱한 종북반미, 간첩 영화가 탄생한 점인데, 이게 박찬욱의 업보가 아니면 뭘까? 이렇게 언급하면 뭘 모르는 이들이 내게 와서 조용히 말한다. 영화, 그리고 문화라고 하는 게 본래가 좀 삐딱한 거 아닌가요? 아니다. 그건 위선적 리버럴리스트의 헛된 신념일 뿐이고, 그런 게 대한민국을 망쳐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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