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광역단체장 12 대 5, 기초단체장 145 대 63의 비율은 압승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정권교체가 비로소 실체를 갖춰가는 한편, 7회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졌던 지방권력의 편중 현상이 개선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의힘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뭔가 개운찮은 구석이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불과 0.15%p 차이로 넘겨준 것은, 다 차려놓은 잔칫상을 엎어버린 것 같은 불길함마저 느끼게 한다. 용을 그릴 때 마지막 눈동자를 제대로 찍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이 아닌, 눈먼 용을 그린 화룡점맹(畵龍點盲)이라고나 할까.

광역단체장은 압승했지만,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으로 내려갈수록 국민의힘 우세가 희석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전체적인 정치지형에서는 우파가 우세를 회복했지만, 지역의 풀뿌리조직은 여전히 민주당과 좌파 시민단체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대목에서 생각할 것이 우파의 고질인 정당-지지층의 괴리 현상이다. 우파 시민들은 대개 한 걸음 떨어져 우파 정당과 정치인을 응원할 뿐, 우파 정당에서 구체적인 역할이나 조직적인 연결을 갖고 활동하지 않는다. 지지층과 정당의 연결고리가 약한 것이다. 좌파 지지자들이 시민단체를 구성해 활동하면서 민주당에 인력과 어젠다를 파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제 국민의힘도 지지층과의 조직적인 연계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진성당원제의 전면적인 도입이 필요하다. 월 1만원 이상 당비를 내고 정체성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들에게 당대표는 물론이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선거 후보의 공천권을 전면적으로 돌려주는 변화가 필요하다.

우파 시민들은 좌파들에 비해 정치적 훈련이 빈약하다. 우파 시민들을 위한 최고의 정치학교는 공천을 둘러싼 토론이다. 공직 후보 개개인에 대한 평가, 주요한 정치 현안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 교환 등이 이 토론의 중요한 소재이다. 이런 토론을 체계적으로 조직해낼 때 우파는 풀뿌리조직의 열세를 극복하는 한편, 좌파와의 담론 대결에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우위를 확보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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