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EPA=연합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EPA=연합

"러시아의 침공은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자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역사의 심각한 단절이다." 재임(2005.11~2021.12) 당시 친러 정책을 펼쳤던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퇴임한 지 6개월 만에 국제 현안과 관련해 처음으로 발언한 셈이다. 전쟁이 발발한 지 3개월 이상 지난 시점이다. 로이터·DPA 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가 1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라이너 호프만 독일노조연맹 위원장의 퇴임식에서 이같이 러시아를 규탄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야만적인 침략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독일정부·유럽연합(EU)·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등이 수행하는 노력을 지지한다. 우크라이나의 자위권을 지지하는 데 연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지역에서 벌어진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공포의 대표적 사례"라며, "평화와 자유를 결코 당연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임 시절 줄곧 러시아에 유화적이었던 메르켈 전 총리의 태도 변화가 앞으로 독일 및 유럽의 조야에 끼칠 영향도 주목된다. 서독 태생이지만, 목사인 부친의 부임지였던 동독에서 성장한 그녀는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한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하는 상황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계속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현 올라프 숄츠 총리 역시 대러 압박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들어왔지만,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2차 대전 전범국으로서 제약이 크던 독일의 군사력 위상 또한 달라질지 모른다.

숄츠 총리는 이날 독일 연방의회에서 열린 예산 토론회에선 대공미사일과 레이더 추적기 등 현대식 방공 체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에 정교한 중거리 로켓 시스템 4개와 탄약 지원을 발표한 직후였다. 러시아는 ‘제3국으로의 확전’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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