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이달 말 美서 첫 회의 개최...IPEF서 제시된 의제들과 유사
미국이 자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협의체’(IPEF)에서 제외된 대만과 별도로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대만 이니셔티브’를 출범한다. 1일(현지시간) 세라 비앙키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덩전중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 대표가 화상 회담 후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양측은 이달 말 미국에서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을 순방 중이던 지난달 23일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억제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13개국이 참여하는 ‘IPEF’를 출범시켰다.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를 비롯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중 7개국이 참여했고, 이후 태평양 국가 피지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대만은 IPEF 가입 의사를 표명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IPEF 참여를 꺼릴 수 있다는 미국의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대만이 새 이니셔티브를 통해 논의할 사항은 반부패·디지털무역표준·노동권·환경기준·비시장접근관행 등이다. IPEF에 제시된 의제들과 유사하다. IPEF와 마찬가지로 관세 인하 등 시장접근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 당국자의 말을 빌면, "미국은 향후 IPEF 참여와 관련해 유연하며 적응성 있는 접근법을 취할 계획이다." 이 말이 나오기 하루 전 이미 양측의 ‘유연한’ 접촉 및 교류 전망을 읽을 수 있다. 수도 타이베이에 도착한 태미 더크워스(민주·일리노이) 미 상원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대만군과 미국 주(州)방위군 간 협력계획 추진을 밝힌 상태였다.
원론적으로는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중국을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해 온 미국이지만, 최근 대만 관련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게 대만이다. 대만이 완전히 중국의 일부로 편입되는 것은 미국의 세계전략(중국 견제) 차원에서 매우 치명적인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대만이 반도체 강국이다. 반도체는 21세기 ‘산업의 쌀’로 일컬어진다. 유럽연합(EU) 역시 2일 대만과 공급망·수출통제·외국인 직접투자를 위해 연례 무역·투자 협의를 진행한다.
한편 중국 인민해방군은 더크워스 의원의 대만 방문을 겨냥한 듯 무력시위를 벌였다. 더크워스 의원이 타이베이에 도착한 5월 30일 저녁, 중국 전투기 22대를 포함해 군용기 30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올해 두 번째 규모의 무력시위다. 지난 1월 23일 중국 군용기 39대가 대만 ADIZ에 들어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