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수 개월간 5%대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미국까지 빅 스텝(한꺼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두세 차례 더 밟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도 연말까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
앞으로 수 개월간 5%대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미국까지 빅 스텝(한꺼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두세 차례 더 밟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도 연말까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치솟는 물가에 고삐를 채우기 위해 잇따라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시중에 풀린 과도한 돈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 사상 최대 규모의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어 경기침체 또는 금융시장의 긴축발작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양적긴축은 중앙은행이 채권 등 자산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시중에 직접 공급함으로써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양적완화와 반대된다. 양적완화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기 위해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보다 시중의 유동성을 더 빠르게 거둬들일 수 있어 경기과열이나 급격한 물가 상승이 발생했을 때 활용된다.

6일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뉴질랜드, 멕시코 등의 중앙은행들은 최근 한 달 사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 1일 기준금리를 1.0%에서 1.5%로 0.5%포인트 올렸다. 4월에 이은 연속 빅스텝 인상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더 강력하게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지난 4월에 이어 지난달 25일에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지난 4월 단행한 빅스텝은 22년 만이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의 이 같은 행보는 이웃나라 호주의 금리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달 3일 11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는데, 오는 7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4%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지난달 12일 기준금리를 6.5%에서 7.0%로 0.5%포인트 올렸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미 지난해 말부터 계속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멕시코 중앙은행 의사록에서는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자이언트스텝’ 필요성도 제기됐다.

우리나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초 3%대 수준이던 물가가 불과 두 달 만에 4%대를 넘어 지난달 5.4%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이 5%대에 올라선 것은 2008년 9월의 5.1% 이후 13년 8개월 만이다. 상승 폭으로 따지면 2008년 8월의 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처럼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한국은행도 다음달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빅스텝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코로나19 이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뿌린 자금의 본격 회수에 나선다. 앞서 미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지난 2020년부터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대량의 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미 연준,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영란은행 등 4개국 중앙은행의 총 자산은 2020년 2월 15조 달러에서 2022년 4월 25조 달러까지 10조 달러 늘었다.

미 연준은 보통 자산 매입을 종료한 후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시장에 풀리는 돈을 간접적으로 줄인다. 마지막으로는 미 연준이 보유한 자산을 처분, 즉 양적긴축을 통해 직접적으로 시중의 돈을 거둬들인다. 한마디로 양적완화가 논에 물을 공급하는 정책이라면 양적긴축은 물을 빼는 정책이다.

미 연준의 양적긴축은 전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지난달 3~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결정한 대로 이달부터 9조 달러에 육박하는 자산 축소에 들어간다. 1년 내 양적긴축으로 회수되는 돈만 2조 달러(약 2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역사상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회수 규모이고, 회수 속도 역시 너무 빨라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양적완화를 택하지 않는 곳은 일본은행이 유일하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조치이지만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양적긴축까지 더해지면 자칫 경기침체나 금융시장의 ‘긴축발작’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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