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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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인생의 낭비다." 영국 축구팀 맨유의 감독으로 유명한 퍼거슨의 말이란다. 이 말은 유독 한국에서만 회자하는데, 이유를 알기 위해 인터넷을 찾다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퍼거슨은 절대 그렇게 말한 적이 없지만, 한국인 중 한 명이 이를 오역해 퍼뜨렸다.’ 퍼거슨의 그 발언이 나온 것은 2011년 5월 20일의 인터뷰, 당시는 맨유의 스타인 웨인 루니가 트위터로 한 팔로워와 설전을 주고받으며 영국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때였다. 기자가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때 퍼거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선수들이 트위터를 사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렇게 할 ‘시간’이 없다. 인생에는 그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백만 가지는 더 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라. 얼마나 큰 시간 낭비인가?" 전문을 읽어봐도 우리나라에서 회자하는 ‘SNS는 인생의 낭비’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오역 탓이라기보단, SNS로 패가망신한 이가 유독 우리나라에 많기 때문이란 말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대표적인 예가 조국 전 법무장관, 자신을 정의의 화신으로 포장했던 그의 SNS 게시물들이 아니었다면, 그가 내로남불의 화신으로 조소당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낭비라 해도, SNS는 이미 대세가 된 지 오래다. 대중들에게도 SNS는 쉽고 간편한 친목질 수단이지만, 자신을 널리 알려야 하는 정치인에게 SNS는 없어서는 안될 무기다. 흥미로운 SNS 게시물을 작성하면 여러 언론사에 기사화되기도 하니, 이보다 더 좋은 홍보수단이 있을까? 30대의 나이, 여기에 0선에 불과한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대표가 된 것도 SNS를 통해 젊은 층에 어필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다음날 이준석이 페이스북에 쓴 게시물을 보자. "오늘로 총선이 678일 남았습니다...시간이 부족합니다. 혁신위원회를 통해 정당혁신과 개혁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습니다."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혁신하겠다는 여당 대표의 메시지에서 사람들은 국민의힘에게 기대를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할 듯하다.

하지만 SNS가 특정 정치세력에게 독이 될 수 있는 건, 대표성을 갖지 않은 이의 발언이 널리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자들 대부분은 조회수에 목을 매는지라, 모자란 이들의 발언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정 의원을 보자. 청와대 대변인을 하긴 했지만, 초선에다 판단력에 문제가 많아 비웃음의 대상이 될 때가 많은 분이다. SNS가 없었다면, 그래서 당이 공식적인 루트로만 소통했다면, 그녀의 메시지가 기사로 나오는 일은 드물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SNS 게시물을 쓰기만 하면 모조리 기사화시키는 기자들 덕분에, 고민정은 어느덧 더불어민주당의 아둔함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예컨대 코로나 백신의 안전성을 국민이 납득하도록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백신을 맞으라는 여론이 있을 때, 고민정은 SNS에 이렇게 썼다. "문 대통령 끌어들이지 마라. 내가 먼저 맞겠다." 그 뒤 사람들은 그녀를 기미상궁이라 불렀다. 2021년 4월 재보궐선거 때는 뜬금없이 시민의 품에 우는 사진을 올리고, 또 책상에 엎드려 자는 사진을 올려 ‘감성호소인’이란 말을 듣기도 했다. 조회수가 보장되는 이런 SNS 스타를 방송계에서 가만 놔둘 리 없기에, 고민정은 방송에도 부지런히 나가 입을 놀렸다.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데는 고민정의 지분도 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문제는 정권이 바뀌어도 고민정의 SNS는 계속된다는 점이다. 지방선거 패배 직후 라디오에 나가선 이재명의 계양을 출마를 비판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더니, 친이재명파가 이를 비판하자 SNS로 "언론의 잘못된 제목 장사에 휘둘리는 모습을 개탄한다"며 자신의 발언을 부정한다. 여기에 모자람에 있어 한 수 위라는 김남국까지 SNS로 삽질을 해대니, 민주당의 이미지는 점점 나락으로 가는 듯하다. 그들을 바라보는 보수층의 마음을 내가 대변해 드린다. "고민정씨, 계속 그렇게만 해주세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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