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이춘근

정치인을 의미하는 영어단어가 두 개 있다. 하나는 statesman이고 다른 하나는 politician이다. 전자는 진심으로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하는 훌륭하고 존경받는 ‘정치가’를 의미하며, 후자는 사리사욕을 위해 정치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꾼’을 의미한다. 불행하게도 현실세계에서 정치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정치를 하는 거의 모든 인간들을 정치꾼으로 분류하는게 훨씬 타당하다. 이같은 현상을 미국의 정치학자 해롤드 라스웰은 P=p } d } r 이라는 간단한 공식으로 설명했다.

이 공식에서 P는 politician, 즉 정치꾼을 의미한다. 소문자 p는 private motive 즉 사적동기(私的動機)를 의미한다. 정치를 하겠다는 모든 인간들의 출발점은 개인적인 동기라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명예, 권력, 부를 추구하기 위해 정치를 시작한다는 의미다. 소문자 d는 사적인 동기를 공적인 목표로 전위(傳位) 시키는 것(displacement into a public object)을 의미한다.

며칠 전 서울 교육감 후보로 나왔던 소위 보수진영의 후보들은 교육을 전교조에게 맡겨둘 수 없다는 공적인 목표를 부르짖으며 나왔다. 그들은 자신이 교육감이 되면 대단한 권력과 금전적인 이익을 향유할 것을 목표로 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은 ‘전교조 교육 종식’이라는, 시민 다수가 원하는 공적인 목적을 위해 출마한 것처럼 떠들었다. 마지막의 r은 자신의 정치적 행동을 공적인 이익이라는 맥락에서 정당화시키는 것(rationalization in terms of public interest)을 의미한다. 모든 정치꾼들은 사적인 이익을 위해 정치를 시작하지만, 그것을 공적인 이익으로 전위시키고 합리화시키려 노력하는 인간들이라는 말이다.

이번에도 보수를 자임하는 사욕에 눈이 어두운 후보들의 분열 때문에, 전교조를 지지하는 좌파 후보가 3연승했다. 저들의 진정한 목표가 ‘전교조 교육의 종식’이었다면 보수 측 후보들은 전교조를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도록 단일화를 성공시켰던가 혹은 단일화가 여의치 못할 경우 후보직에서 물러나는 결단을 보였어야만 했다. 저들은 패배가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도 단일화도 이루지 못했고 사퇴의 용단도 내리지 못했던 정치꾼들에 불과한 인간들이다. 선거 때마다 보수 애국시민들을 애간장 태우게 하는 저런 정치꾼들을 영원히 퇴출시키는 방법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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