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재
김원재

지난 1일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광역자치단체장에서 12석을 석권하며 압승했다. 다만 김은혜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며 더불어민주당에게 경기도지사 자리를 넘겨줬다. 선거 전 치러진 여론조사에서부터 박빙이었다. 누가 승리해도 이상하지 않은 선거였기에, 김 후보와 지지자들의 아쉬움이 더욱 컸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에선 여성을 험지에 내모는 식으로 구색만 맞췄던 것 같다"라는 이해하기 힘든 발언을 했다.

‘험지’는 당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지역을 말한다. 대표적인 험지로 우파 입장에선 전라도와 광주, 좌파 입장에선 경상도와 대구를 꼽을 수 있다. 이 지역에 출마한 반대 후보는 당선은커녕 선거비용 보전 득표율인 15%만 넘어도 박수를 받는다.

과연 김 후보가 출마한 경기도를 국민의힘 입장에서 ‘험지’로 볼 수 있는가? 경기도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부터 박빙인 지역이라, 누가 당선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험지’가 아닌 ‘경합’지역이라고 봐야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 후보가 험지로 내몰린 것인가? 아니다. 내몰렸다는 표현을 쓰려면 단수공천 또는 전략공천으로 방식으로 김 후보 혼자만 당 지도부의 의사에 따라 공천됐어야 한다. 그런데 김 후보는 경선방식으로 출마했지 않은가? 무엇보다 강력한 대권주자였던 유승민 전 의원이 김 후보와 경선을 벌였고 경선 패배 후 매우 아쉬워했다. 그만큼 경기도는 매력적인 곳이다. 내몰려서 나가는 지역이 아니라 누구나 나가고 싶어한 지역이다. 이런 경기도에 출마한 것을 어떻게 내몰려서 출마했다고 할 수 있는가.

‘경합’ 지역에 출마해 ‘패배’를 한 것을 ‘험지’에 ‘내몰린 것’으로 보는 나 전 대표의 논리대로라면, 이준석 대표와 팽팽한 접전 끝에 패배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도 나 전 대표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대표 선거에 내몰린 것이란 말인가? 나 전 대표는 해당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여성정치인에게 당선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공천을 준다며 "이번 정부에선 당의 방침이 좀 달라지길 기대해본다"고 했다. 나 전 대표가 위와 같은 발언을 한 의도가 여성정치인 공천 우대를 주장하기 위한 것인가.

필자는 원내대표와 4선 의원이라는 위업을 이룬 나 전 대표가 능력으로 여성이라는 편견을 극복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았었다. 이런 나 전 대표가 도대체 왜 이러한 발언을 한 것인지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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