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현대곡 완숙하게 연주...崔 "호명됐을 때 심장이 멎는 듯"
벨기에 언론 "기교뿐만 아니라 표현력도 논재 여지 없는 우승자"

 
2022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무대의 최하영. /네델란드 포스츠

4일(현지시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벨기에)에서 첼리스트 최하영(24)이 우승했다.

쇼팽 피아노 콩쿠르(폴란드) 차이콥스키 콩쿠르(러시아)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이 대회는 벨기에 태생의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아자이를 기념해 1937년 설립, 4개 부문(바이올린·피아노·성악·첼로)을 한 해씩 돌아가며 개최한다(2012년 작곡 부문 폐지, 2017년부터 첼로 부문 개시). 최 씨의 우승은 2015년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우승 이래 7년 만이다. 상금 2만5000유로(약 3400만 원)가 우승자를 기다리고 있다.

주로 고전적 명곡들을 연주한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최 씨의 선곡부터 화제였다. 결선에서 지정곡인 독일 음악가 요르그 비드만의 미발표곡 연주 후, 자유곡으로 비톨드 루토스와프스키 협주곡을 택해 브뤼셀 필하모닉과 협연했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현대곡을 완숙하게 연주해 낸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선곡에 환상적인 연주, 브라보"벨기에 주요 언론사 르 수아르를 비롯해 전문가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결선무대의 관중석에 있었다는 네티즌들의 생생한 댓글도 최 씨의 연주가 얼마나 ‘압도적’인 감동을 안겼는지 알 수 있다. 또 다른 현지 매체인 라 리브레 벨지크 역시 선곡에 놀라움을 표하며, "기교뿐만 아니라 표현력 역시 논쟁의 여지 없는 우승자"라고 찬사를 보냈다.

금년도 결선 진출자 12명 가운데 4명이 한국인이란 사실도 눈길을 끈다. 심사는 정명화를 비롯해 미샤 마이스키·고티에 카푸숑 등 세계적인 첼리스트들 14명이었다. 결선 마지막 무대가 끝난 뒤, 질 르뒤르 심사위원장은 "모든 참가자들이 높은 수준의 연주를 들려줘 그 어느 해보다 풍성했다", "그럼에도 1위는 최하영"이라고 발표했다. 시상식 직후 최 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혔다. "호명됐을 때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아울러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관객들에 대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칭하며 "경연 내내 음악축제에 참가한 느낌을 받았다"고 감사과 행복감을 전하기도 했다.

2006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최 씨는 브람스 국제 콩쿠르 최연소 1위,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국제 첼로 콩쿠르 우승 등으로 유럽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현재 베를린 국립예술대학 볼프랑 에마누엘 슈미트 교수 사사). 한국예술영재교육원과 영국 퍼셀 음악학교를 거쳐, 독일 ‘크론베르크(Kronberg)아카데미’를 마쳤다. 엄선한 인재들을 프랑크푸르트 근처의 시골 중세도시(크론베르크)에 모아 세계적인 연주가로 키워내는 유명한 아카데미다.

이날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예술적 창조력, 도전정신이 빚어낸 결과", "연습실과 무대를 오가며 쉬지 않고 달려왔을 최하영님에게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며 축전을 보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이미 여러 한국인 우승자·입상자가 배출됐다. 바이올니스트 임지영(2015년), 소프라노 홍혜란(2011년)·황수미(2014년) 등이 우승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K팝과 또 다른 차원의 음악 역량을 증명하는 문화강국다운 쾌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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