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애, 무제, 1980s, 캔버스에 유채, 153 x 122cm ⓒMoon & Han. /갤러리현대

김환기(1913~1974)·한용진(1934∼2019)·문미애(1937∼2004) 세 작가의 작품들을 한번에 볼 수 있게 됐다(각 15점씩 총 45점). 지난 2일 개막한 ‘김환기 뉴욕시대와 한용진·문미애’전이다(30일까지). 한·문은 예술(추상 미술)의 동지로 평생을 함께한 부부 작가다. 문미애의 대표작들이 대부분 앵포르멜(비정형)운동 동참 시절(1970~1990) 제작된 것들이라면, 한국 추상조각 1세대인 한용진의 경우, 돌 자체의 재질·형태를 존중하며 최소한의 손길로 다듬는 것을 작품세계의 기조로 삼았다(김환기 묘비, 이상 문학비, 서울 올림픽선수촌 한국전 추모비 등).

갤러리현대는 뉴욕에서 활동 중이던 이들 부부작가의 초대전을 각각 1984·1988년(문미애), 1994년(한용진) 개최한 바 있다. 특히 문 작가의 두 차례 국내 개인전은 본인이 2004년 작고하면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됐다. 그 섬세하고 몽환적인 색조와 공간 감각을 한국 미술계에 소개한 유일한 전시가 됐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1960~70년대 머나먼 이국에서 고독을 이겨내고, 모든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서로 큰 힘이 되어 준 김환기·한용진·문미애의 우정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삶 그 자체가 우리나라 미술사의 주요 일부인 존재들이다.

한 작가의 작품세계는 거칠고 투박한 맛,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듯한 느낌이 매력이다. 2011년부터 제주도를 오가며 제주의 현무암으로 작품을 제작해 재료 면에서 도전정신을 보이기도 했다. 간결한 미감이 돋보이는 그의 조각은 과감한 생략·강조로 오히려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단순함에 깃든 삶의 지혜를 전한다. 전시장 2층에선 순수 추상세계에 빠졌던 김환기의 뉴욕시대(1963∼1974년) 작품들을 선보인다.

Untitled, 1980, Granite, 53 x 50.5 x 38(h)cm ⓒMoon & Han. /갤러리현대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