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6·1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국민의힘이 내년 다가올 전당대회를 앞두고 조기 당권 경쟁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내년 6월 임기가 끝나는 이준석 대표는 지선 다음날이었던 지난 2일 당 혁신위원회(혁신위)를 출범시키는 등 재선을 위한 물밑작업에 이미 들어갔다. 유력 당권주자들로 꼽히는 김기현·안철수 의원들도 혁신위원회나 의원 모임, 포럼 등을 만들며 당내 기반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변수로 떠오른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한 징계 논의를 오는 24일 윤리위원회에서 재개하기로 하면서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윤풍(尹風)’의 위력을 확인한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과 당 사이 가교 역할로 집권 초기 원동력을 이어갈 수 있는 친윤석열 그룹으로 채워질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당내 싱크탱크’를 표방하는 ‘혁신24, 새로운 미래(약칭 새미래)’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갑 보궐선거 승리로 국회에 재입성한 안철수 의원 역시 당내 포럼을 준비하는 등 차기 당권 도전 준비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최재형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를 출범시켰다. 2024년 4월 총선을 대비해 공천 시스템을 정비한다는 것이 혁신위의 목표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 대표가 혁신위 활동을 통해 당권에 다시 도전하려는 의사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분이 지도부가 돼 내가 (2024년 총선에서) 상계동에서 또 떨어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면, 그때는 제가 (당대표 선거에) 나가든지, 누굴 지지 선언하든지 개입할 것"이라며 당권 재도전을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 의원도 당 내 싱크탱크인 ‘새미래’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국민의힘 국회의원 대화모임인 ‘혁신 24, 새로운 미래’와 함께 해 달라"며 의원 모임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 의원은 야당 시절인 21대 국회 초반부터 이와 비슷한 조직을 만든 바 있다. ‘금시초문(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문제를 해결한다)’으로 명칭된 이 모임은 대선·지선을 거치면서 여당의 위상과 역할을 확대·개편하기 위한 모임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특히 △부동산·일자리 등 민생 경제 △기후·에너지 △인구변화 △한반도 △정치혁신 등을 5대 핵심 어젠다로 선정해 대안과 해법을 모색함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지원하고, 2024년 총선 승리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 모임은 매달 둘째 주, 넷째 주 수요일에 정기적으로 5대 현안과 관련한 명망가 또는 전문가를 초청해 조찬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오는 22일 첫 번째 모임의 연사로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초청됐다.

한편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원내 재입성한 안 의원도 포럼 형식으로 당내 기반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후반기에 활동할 상임위로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를 점찍은 안 의원은 초·재선 의원들과 외교 분야 국가 비전을 논의하는 포럼 개최를 검토 중이다. 그의 당권 도전에는 당내 기반 약화 극복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국민의힘에 자신의 기반을 구축하고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가 당권 및 대권 가도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여당이 해결해야 할 난제에 대해 공부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포럼 형태의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연금 개혁이나 기후·에너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이) 대선이나 인수위를 거치면서 당면 과제나 국가 혁신 과제에 대해 충분히 고민했고, 대안을 제시해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미 (연구)해오던 것과 연결하면 포럼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고, 윤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의 참여도도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 의원은 초재선 의원과 식사 자리를 잡으면서 스킨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난 선거에서 도움을 주고받았거나 만남을 제안한 당내 인사들과도 만남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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