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FC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FC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성남시장 재직시절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성남FC 사건’ 수사를 무마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은정 성남지청장(사법연수원 29기)이 사표를 내고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지청장은 최근 법무부에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정식 사직서가 들어오는 대로 명예퇴직 가능 여부 등을 심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박 지청장은 성남FC 사건 무마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에 고발돼 입건된 피고발인 신분이기 때문에 사표 수리는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

박 지청장은 남편인 이종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함께 문재인 정부 시절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 인물로 분류된다. 박 지청장은 2020년 법무부 감찰담당관 근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감찰과 징계를 주도한 인물 중 한명이다. 박 지청장은 당시 직속 상관인 류혁 감찰관(검사장급)에게 보고하지 않고 윤 대통령 대면 감찰 조사를 시도하고 수사 의뢰를 하는 등 ‘상관 패싱’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감찰·징계를 밀어붙였다.

‘성남FC 사건’은 이재명 의원이 2015~2017년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성남FC 구단주를 맡았을 때 6개 기업으로부터 성남FC 후원금 및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원을 받고 해당 기업들에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2018년 6월 야당이 이 후보를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고발했고 3년 3개월간 수사를 끌어오던 경찰은 작년 9월 무혐의로 사건을 불송치했다. 이에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제기, 사건을 송치받은 성남지청이 재수사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 사건 담당검사였던 박하영 차장검사는 형사 1부와 함께 경찰 사건 기록을 검토한 뒤 재수사 필요성을 박 지청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그러나 박 지청장이 번번이 재검토를 지시하는 등 약 4개월에 걸쳐 사실상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 지청장은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에게 전화로 보고하고, 김 당시 총장이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 요구를 하지 말라"는 취지로 직접 지시한 의혹도 있다. 김 전 총장과 박 지청장은 이 일로 고발돼 현재 사건은 수원지검에 배당된 상태다. 결국 사건을 담당했던 박하영 차장검사는 지난 1월 사표를 제출했다.

박 지청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고 보류된다면 곧 다가올 검찰 인사에서 한직으로 좌천발령될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는 최근 행정안전부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자리를 더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주로 검사들이 좌천성 인사로 발령이 나는 곳인 만큼 향후 검찰에 추가 좌천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 지청장 역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발령될 가능성이 높게 거론된다.

현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자리는 꽉 찬 상태다. 지난달 실시된 검찰 인사에서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23기),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26기), 이정현 전 대검 공공수사부장(27기), 심재철 전 서울남부지검장(27기)이 이 자리로 발령이 났다. 정원 제한으로 박 지청장의 남편인 이종근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정진웅 대전고검 검사는 파견 형태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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