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춘추시대 제나라(齊)의 왕 장공(莊公)이 수레를 타고 가던 중, 벌레 한 마리가 장공이 타고 있는 수레 앞에서 앞발을 치켜들고 있었다. 장공이 수레를 멈추게 하고 부하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저것은 사마귀라 하는 것인데, 어떤 것이든 앞에 있으면 저 날카로운 앞발을 들고 서 있습니다. 그러나 융통이 없어 제 앞을 가로막기만 할 뿐, 도무지 뒤나 옆으로 움직인 적이 없는 놈입니다" 이에 장공은 "만일 저것이 사람이라면 참으로 무서운 용사겠구나"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마귀에게 경의를 표하고 수레를 돌려 지나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사자성어의 기원이 되는 이야기다. 원래대로라면 사마귀의 용맹에 장공이 감응하여 사마귀가 비록 미물이지만 그는 이 미물에게 경의를 표하고 우회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당시 군주가 기립하여 경의를 표하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최고의 예였다. 그러나 춘추시대 말기 무렵 한 학자가 "만일 장공이 그냥 지나갔다면 그 사마귀는 그냥 죽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는 쓸데없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후 당랑거철은 마치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와 같은 취급을 받기도 했다.

지난 6월 1일, 국민의힘을 지지하며 ‘경기도 탈환’을 소망했던 많은 사람이 큰 수레 앞을 막아선 당랑(螳螂)으로 인해 실망을 금치 못했다. 54,752표로 0.95%를 득표한 강용석 후보가 중도 사퇴했다면, 고작 0.15%로 패배한 김은혜 후보가 당선되었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보수우파’라는 단어 대신 ‘자유우파’를 쓰자고 할 정도로 ‘자유’를 지켜야 한다던 그들의 기존 주장과 대치되는 것이다. 물론 선거 패배에 따라 4년간의 경기도정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아쉬운 부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국민의 참정권을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거대 집단이 나아가는 길에 ‘자유의지’를 행하는 개인이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핍박하고 그 자유를 해제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전체주의적 사고’이자 ‘반(反)지성’ 아닌가?

강용석 후보는 처음부터 당내경선을 위해 국민의힘 입당을 희망했고, 시당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사안이 갑자기 최고위 의결 사안으로 바뀌며 입당을 거절당했다.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입증 책임이 있는 정치인이기 전에, 그 역시 ‘인간’이다. 모멸감을 주면서 ‘큰일에 방해되니 알아서 찌그러지시라’는 요구는, 정당 차원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이자 당을 패망으로 이끄는 길이었다.

이준석 당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앞길을 막아선 사마귀에 경의를 표하며 상생(相生)을 택한 장공의 이야기에서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한다. ‘자유우파’를 자처하면서도 집단은 무조건 옹호하며 개인을 비난하는 지지자들 역시 ‘진짜 문제’가 어디에 있었는지 다시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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