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시각, 교황 방북 체제선전 도구로 활용
워싱턴 시각, 교황 방북 체제선전 도구로 활용
  • 도널드 컥 워싱턴 특파원
  • 승인 20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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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서 기독교 신자는 정치범 수용소행

 

 

김정은은 한반도 해빙 무드를 타고 대단한 일을 계획할 수 있게 되었다.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언급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여부가 주목되고 있으며 교황의 수락 가능성 역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종교 활동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 북한의 사회적, 정치적 분위기를 무릅쓰고 과연 카톨릭에서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그동안 외국인들에게 북한 내에서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으며 카톨릭, 개신교, 동방정교회 등 세부적으로 분류된 종교가 각각의 교회당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해 온 바 있기 때문에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김정은의 그간의 독재 활동과 철저한 사회 통제 등의 악행을 개방적인 태도, 자유를 추구하는 이미지, 종교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리더로서의 면모 등으로 변모를 꾀하며 새로운 모습을 과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주한 미국 대사관 정치과장은 “교황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김정은은 쉽게 인민들을 동원하여 환영의 퍼포먼스를 연출할 수 있다”며 김정은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리무진 뒷 좌석에 앉아 평양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는 카 퍼레이드의 모습이 쉽게 그려진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을 방문했을 때, 순안국제공항에서 평양시로 이동하던 중 시민들로부터 굉장한 환영을 받았기 때문에, 교황이 방문했을 때 역시 동일한 연출이 가능할 것이란 의미이다.

◇김일성 집권 후 기독교 신앙 완전 무너져

그러나 교황의 방문에는 차이가 있다. 김일성이 집권하면서 기독교는 북한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과 포교 등의 행위가 금지된 종교이다. 기자가 6년 전, 철저한 통제 하에 평양에 위치한 한 성당을 방문했을 때, 전통 교회에 배치되어 있는 긴 나무 좌석에 앉아 있던 레이스 장식의 베일로 얼굴을 가리웠던 여자 성도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미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성도들은 필자를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35년 간 암흑기였던 일제시대에도 굳건히 신앙과 교회를 지켰던 곳이 “동방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렸던 평양이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김일성 집권 이후 김 씨 일가가 신적인 존재로 등장하면서 이전에 존재했던 신의 존재와 신앙은 왜곡된 것이라는 주장을 아무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6.25전쟁 당시 평양을 비롯한 대부분의 도시들이 폐허가 되면서 교회는 건물 뿐 아니라 정신적, 영적 스피릿마저 무너져 내렸다.

김정은 정권을 예찬하는 것에 대항하는 도전으로 여겨 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 교황의 방북을 제안한 것에 대해 스트라우브 전 과장은 “이것은 완전히 문 대통령의 생각으로 김정은이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 이라며 “그가 그의 혈육인 고모부를 비롯해서 형을 죽이고 10만 명에 달하는 인민들을 정치범 수용소에서 죽인 독재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교황이 김정은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제스처를 보인다면 어떻게 될까? 교황이 방문했을 때, 그를 직접 본 평양의 시민들이 김정은 대신 신의 존재를 믿게 된다면?

만약 교황이 김정은과 리설주 여사를 비롯해 김여정 및 다른 이들에게 세례와 축복의 말을 전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탈북자 지성호씨는 교황의 방북이 매우 의미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주최한 한 인권 포럼에서 교황 방북에 대해 묻는 질문에 “교황의 방북을 환영하는 입장이다”라고 답했다.

연합뉴스는 지성호 씨가 “교황 방문을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고 번역해 표현해 놓았다. 그는 “나는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여 신으로 여겨지고 있는 김정은을 위해 기도해주기를 바란다. 나는 북한 주민들이 교황이 직접 김정은 머리에 손을 올려 그를 위해 기도해주는 장면을 보길 바란다. 이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 일 것”이라고 밝혔다.

◇탈북자 지성호, “교황 방북 환영”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 중 지성호씨를 직접 소개하며 “모든 인간들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표본”이라며 그의 탈북 이야기를 전한 것이 화제가 되었던 인물임을 고려할 때, 그의 발언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던 지성호씨와 그의 탈북 이야기는 북한 주민들의 실태와 끔찍한 현실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이 교황의 방북을 제시한 문 대통령의 제안을 지지하며 문 대통령이 다음 주 중 바티칸을 방문하여 교황을 만나면 공식적으로 김정은의 방북 초청에 대한 이야기를 건낼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메시지의 중점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김정은이 열렬히 환영할 것”이라는 것이다.

만약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북한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거나 문 대통령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북한 주민들을 더욱 철저히 통제하게 되는 계기가 되거나 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 미 육군 대령인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교수는 “김정은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교황 방문은 상당한 영향력이 있을 것이고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며 북한 내 카톨릭 신자들에게는 신앙과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하여 북한 사회 내 그들의 영향력 역시 커지게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교황이 종교 메시지 전할 수 있을까?

그러나 교황이 과연 남한 측 주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에 대해 외칠 수 있을까? 북한의 경우 신자임이 밝혀지면 정치범 수용소에 갇히는 사회이다. 과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교황이 종교적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인가?

맥스웰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교황의 방북 일정은 철저한 통제 하에 진행될 것이며 그의 집권 정당성을 강화하는 선전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로 북한 내 카톨릭 신자들이 교황 근처에라도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4년 전, 교황이 남한을 방문했을 때와 같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시복식을 보기 위해 경복궁 근처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면은 없을 것이다.

또한, 동원된 사람들을 제외하고 얼마나 많은 북한 주민들이 교황을 직접 보고 김 씨가 외에는 신적인 존재를 알지도 보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교황을 마주하게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donald@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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