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번 혁신위원회의 활동은 예측 가능한 투명한 공천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권력의 획득이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권력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보통·평등·비밀·직접 선거에 의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당들은 유권자들의 공정한 선택에 앞서 당내 공천부터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왔다. 선거 때마다 공천의 공정성에 시비를 거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공천 불복사태도 빈번했다. 이런 잡음은 여야 공통이지만, 보수 정당에서 더 심각한 양상으로 번지는 일이 많았다. 국민의힘이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PPAT 시험 방식을 동원한 것도 그런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이었다. 하지만 제한된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현실 참여의 종합예술인 정치에 필요한 역량과 자격을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치인은 온몸이 무기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정당은 같은 나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와 철학이 다르다는 전제 위에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정당의 주인은 그 정당의 정치적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당원일 수밖에 없다. 공천 문제 역시 자격을 갖춘 당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당에서 공직선거 공천을 받으려는 사람은 자기 지역구에서 당원들을 만나 조직하고 훈련시키기보다 중앙당에 열심히 드나들면서 ‘눈도장’을 찍는 게 유리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밀실 공천은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 거창한 정치 혁신의 명분들이 결국 구두선에 그치고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재형 혁신위는 이런 문제의식 위에서 당원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제대로 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혁신위의 인적 구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당을 위해 기여한 바도 없고 심지어 우파로서의 정체성조차 불분명하며, 혁신에 관한 소신이나 철학도 없이 스펙만 앞세우는 사람. 그러면서도 당의 중요한 요직을 섭렵하는 고위직 전담 청년 정치인은 혁신을 방해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점을 뇌리에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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