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차는 간다”며 우크라이나행 비행기 탄 이준석 논란

尹 대통령측 친서 거절했음에도 강행, 당내 비난 거세
이인제 고문 “여당 대표가 자기정치 위해 국익도 외면”
정진석 “외교관계자 난색에도 출국...보통 문제 아니다”
‘성상납 의혹’ 비껴가려 친윤과 대립구도 만들기 시각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표단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입국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연합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표단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입국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연합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관련해 당 내부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비판 내용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이 너무 뜬금 없다는 지적이다. 즉 정부의 공식 외교안보라인이 있는데도 여당 대표가 절실한 이유도 없이 왜 갔느냐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결국 이 대표의 ‘자기 정치’ 행보가 해도 해도 너무 하다는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은 국민의힘 5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정 의원은 자신의 페북에서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 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을 고집해서 하는 수없이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여당 대표의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라고 전했다. 정 의원은 이어 "정부가 내심 탐탁지 않아하는 외교분야 일이라면 적어도 여당 정치인은 그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라고 썼다.

정의원의 지적대로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은 당 안팎에서 말렸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용산 대통령실 회동에서도 논의됐다. 당시 이 대표는 대통령에게 친서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친서 전달 가능성에 대해 "이 대표는 대통령 특사가 아니다"라며 엄격하게 선을 그었다고 한다.

이인제 전 의원은 아예 이 대표의 거취를 언급했다. 이 전 의원은 7일 "이제 상황을 정리할 때가 됐다"며 "그를 비판하는 일도 부질없기 때문"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기차는 달린다고 말한다. 그 기차에 국익을 위협할 폭탄이 실려있는 것도 모르면서 철부지 같은 소리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이어 "여당 대표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한다는 것은 아주 민감한 문제다. 개인 이준석, 하다못해 야당 대표 이준석이라면 별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여당대표라면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즉, 국가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말이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자기 중심적 정치 행보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 대선 시기만 해도 이대표는 두 차례나 당무를 거부하며 선대위를 이탈해 윤석열 대선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이준석의 당무 거부 잠행의 이유도 뚜렷하지 않았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인선이 안된 것에 대한 불만인지, 후보의 일정을 자신과 상의하지 않아 ‘패싱’당한 것에 대한 불만인지, 선거운동 컨셉에 대한 불만인지 무엇 하나 분명한 것이 없었다.

한마디로 사춘기 청소년이 무언가 불만을 품고 "나, 이제 밥 안 먹어!"라고 선언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그럴 때마다 윤 대통령이 고개를 숙이며 이 대표와 화해를 시도해서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철부지 같은 이 대표의 행보는 대선 내내 윤석열 선대위의 골칫거리였다.

대선 당시 당무를 거부할 때에도 이 대표의 행보는 정권교체보다는 철저한 ‘자기 정치’였다. 이 대표는 당무 거부 잠행 중에도 끊임없이 친분이 있는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행보를 흘려 기사를 만들었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과 관련해 가장 큰 비판은 왜 하필이면 이 시점이냐는 것이다. 사실 이 대표는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성상납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를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지방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서 성 상납 및 금품수수, 향응 수수 등의 혐의로 소환 조사가 예정돼 있었다.

그래서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를 절실한 이유도 없이 방문한 것은 자신에 대한 수사의 화살을 돌리기 위한 시도라는 지적이 높다. 실제로 정진석 의원은 "우크라이나 전후복구를 왜 여당대표가 상의를 하느냐?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고 있는데 주무장관도 아니고 주무 정부기관도 아닌 여당 대표가 왜 그런 문제를 의논하느냐"고 성토했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돌이켜 보면 이준석은 청년 정치를 한 게 아니라, 자기 정치를 위해 ‘이대남’을 이용했을 뿐이다. 청년 정치와 이준석의 이기적 정치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팔이 하는 작태와 청년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정치는 분리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올바른 청년정치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거취는 오는 24일 전후로 있을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성상납 의혹’ 관련 징계 논의에 달려 있다. 이 대표의 거취는 사실상 윤석열정권 집권 전반기 여당 내 주도권 경쟁의 첫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대표가 내년 6월로 예정된 임기를 채울지 말지에 따라 차기 당권 레이스의 일정과 구도가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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