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3일 부정적 여론을 뒤로 한 채 국민의힘 의원 5명을 거느리고 우크라이나로 도망치듯 출국했다. 떠나기 직전인 2일 그는 감사원장 출신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의 출범을 알렸다.

혁신은 언제나 필요하다. 하지만 이 혁신위원회는 애매한 시점에 출발했다. 그래서, 내년에 임기 종료되는 이준석 대표가 2024년 치러질 22대 국회의원선거 공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이준석 당대표 시기에 보궐선거 공천을 받은 최 의원이 이준석계로 합류한 것이냐며, 그를 향한 비난 수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최 위원장은 임명 하루 만인 3일 이 대표와 만나 혁신위 운영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그리고는 "대선과 지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당을 개혁하겠다는 것이어서 당장 어느 부분을 손봐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공천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당대표, 혁신위원장의 모습에 당내 중진 의원들은 의아해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구성부터 어떤 인물로 할 것인지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어떤 부분을 논의할 것인가를 정하고 발족하는 게 맞다. 그런데 혁신위 출범부터 발표하고 인적 구성이나 논의하는 대상, 아이템에 대해 나중에 발표하겠다는 것은 순서가 바뀐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석 의원 역시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우려를 나타내며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당의 취약점, 치부를 가까이서 들여다봤다. 이준석 대표가 제대로 중심을 잡았느냐,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라며 이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대선 직전 "윤석열이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던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 당시에도 윤 후보를 여러 차례 곤란하게 만들며 당을 위기에 빠뜨렸다. 또 PPAT라는 아무 의미도 성과도 없이 당비만 낭비한 공천시험 제도를 만들며 지방선거에 나섰다. 두 차례 선거에서 얻은 값진 승리는 이 대표의 공이 아니다. 오만과 독선의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 그로 인해 탄생한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주려는 국민의 선택 덕이었다. 누군가의 대단한 지략과 전략 전술 덕이 전혀 아니라는 말이다.

이준석 당대표는 본인의 임기 내 치러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중 어떤 부분에 혁신 필요성을 느낀 것인지, 먼저 위원회의 필요성·목적과 범위를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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