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이인철

TV 시청율은 하락하지만 아직 TV의 시대다. 다채널 다매체의 시대에도 TV 콘텐츠는 모든 매체에서 환영받는다. 민주정의 오래된 의례가 된 TV 뉴스 보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게 된다. 유튜브가 당신(you)의 TV(tube)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누구나 TV 콘텐츠를 원하기 때문이다.

먼(tele)곳의 환상(vision)을 제공하는 TV는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국민이라는 동질감으로 묶어주었다. 뉴스를 보며 나라의 정치를 논하고, 드라마에 대하여 이웃과 이야기하며 모두가 한 국민이 되었다. 집의 중심인 거실에 놓여서 아침 뉴스부터 계속되는 TV는 국민 플랫폼이었다.

국내만이 아니라 바깥 세상의 소식을 다루면서, TV는 내가 있는 곳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가지게 한다. 조슈아 메이로위츠는 저서 <장소감의 상실 No Sense of Place>에서 "TV는 공과 사의 영역이 융합되어 사회적 역할의 혼란을 가져오며, 물리적 장소와 사회적 장소가 분리되어 위계 질서의 변화라는 사회변화에 이르게 한다. 그리하여 권위의 상실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모든 권위에 저항하는 ‘68세대가 TV를 처음 접한 세대’라고 설명한다.

제공하는 정보에 의해서 사람들을 연결하지만, TV는 각자 개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한다. TV는 민주정을 만들어간다. TV는 주장을 모아 견해를 만들어서, 공통의 과제를 설정하지만, 한편으로 주장을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찾게 한다. TV는 민주정의 미디어다. 오늘의 민주정은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소통의 위기를 겪고 있다. 문제를 해결할 뉴 미디어의 등장이 이야기되지만, 아직 TV가 우리 곁에 있는 것처럼 민주정의 위기는 지금 우리가 다루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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