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영
정구영

우리나라에서는 약자의 편을 들어주고,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정서가 일반적이다. 본인 스스로는 약자를 적극 돕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모질게 굴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역시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피도 눈물도 없는 가해자, 비도덕한 부자,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권력의 이미지도 여기서 출발한다. 이들은 일명 ‘기득권’이라는 계급으로 둔갑됐고, 언더도그마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언더도그마는 강자를 악(惡), 약자를 선(善)으로 치환하는 이분법적 사고다. 좌파진영은 이를 사회적 약자 담론과 엮어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언더도그마는 확률적으로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반례(反例)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반화의 대표적인 오류로 꼽힌다. ‘감성팔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제는 한국의 청년들 역시 약자가 무조건 선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극장’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인간미 넘치고 선량한 약자의 모습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이 같은 거부감에는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 주의도 한 몫 한다. 배려를 강제로 요구하는 것은 불쾌하며, 이를 주창하는 집단들이 오히려 갑질에 절어 있음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임한 사람이다. 그에 걸맞게 여성주택 보급, 공공기관 취업 및 공모전에서의 여성 할당제와 가산점 부여 등 여성의 권익 향상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수많은 정책을 내놓았다. 성(性) 평등은 지향해야 할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언더도그마를 베이스로 깔고 여성표(票)라는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기에 남성 역차별이란 상황을 만들어냈다.

청년정책도 마찬가지.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생활·복지, 주거·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퍼주기에 나섰다. 얼핏 보면 문재인 정권의 캐치프레이즈인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을 실천하듯 청년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청년들이 당면한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 역시 언더도그마에 기반하고 있다.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또 다른 역차별과 세대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20대 청년과 부양가족이 있는 40대 중년 가운데 ‘누구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더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릴 수 있다.

분배와 평등 일색의 정책 취지, 국가의 미래를 망치는 마약으로 비유되는 퍼주기 정책은 ‘노력과 결실’을 지향하는 청년들의 가치관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취업을 못해 삶이 팍팍해져가고 있는데, 좌파정권은 이 같은 본질을 외면한 채 달콤한 독(毒)만 살포한 것이다.

청년희망적금도 그런 맥락이다. 2년 간 매월 50만원 한도 내에서 적립금을 납입하면 은행이 제공하는 금리 5%에 정부가 지원금을 더해 최대 10%의 이자를 기대할 수 있다. 은행의 이자부담은 예대금리 차이 확대 등으로 전가돼 결국 서민이 피해를 보는 구조다. 새 정부의 청년도약계좌도 이를 닮아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재원 마련과 은행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년들에게 잡은 물고기를 그냥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그물을 제공하는 것이 근본 해법이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대표적이다. 새 정부의 청년정책은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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