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혁개방의 3대 전제조건 (1편)
북한 개혁개방의 3대 전제조건 (1편)
  • 최성재 교육평론가
  • 승인 2018.10.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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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혁하고 개방하려면 전 산업의 국유화 조치(1958), 기업소 당비서 독재체제로 변질된 대안의 사업체계(1961), 군사우위 정책(1969)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탄도 미사일 발사대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탄도 미사일 발사대

[들어가는 말]

과거 김정일이 중원을 무대로 펼치는 북한판 007 첩보활동을 보고 한국의 대중매체가 호들갑을 떤 적이 있다. 천지개벽, 남순강화, 말도 잘 갖다 붙였다. 아니나 다를까, 개혁개방의 의미도, 북한의 어제와 오늘도 전혀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의 10년 헛다리짚기요 100번 헛물켜기였다.

3대 세습한 지도 벌써 7년이 다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한 일은 신바람 나게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한 것과, 중국이나 러시아ㆍ쿠바ㆍ 이란ㆍ시리아 등 인권 문제만 꺼내면 내정간섭이라고 발끈하는 몇몇 나라 외에는 UN 회원국 절대다수가 규탄하거나 말거나 인권을 유린한 것과, 5천만 중 극히 일부만 제외하고 대한민국을 비난하고 협박한 것밖에 없다.

아참, 하나 더 있다. 노동자ㆍ농민이 조금이라도 잘 살면 배가 아파 잠 못 이루는 당 간부들이 배급 중단에 따른 궁여지책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열린 장마당을 여차하면 덮쳐서 민중의 생계를 빼앗은 것! 반혁명분자 척결!

◇경제제재만 풀면 10년 안에 중국 따라갈 수 있다는 잠꼬대

개성공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개성공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개성공단을 재개하고 금강산에 다시 배와 버스가 드나들고, 남북의 철도가 연결되면, 미국이 경제제재만 풀면 당장 개혁개방해서 10년 안에 중국을 따라갈 수 있다는 북한 어느 인사의 잠꼬대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이 한국에는 상상 외로 많다. 그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진 ‘김일성 민족’이 그럼 지난 70년 동안 뭘 하다가, 아프리카에 공짜로 돈도 무기도 막 퍼 주던 북한이 어쩌다 그보다 훨씬 못 사는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을까.

갓난애가 벌떡 일어나서 걸을 수 없고 우리말 잘하고 한글 겨우 깨쳤다고 일곱 살배기가 바로 대학생이 될 수 없다. 북한은 스스로 앉지도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중환자다. 입만 살아 있다. 모든 걸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앉는 것, 서는 것, 걷는 것, 뛰는 것을 차례차례 배워야 한다. 한국의 친북좌파들이 바라마지 않는 북한의 개혁개방은 중환자에게 당장 병상에서 내려와 100미터 달리기를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모델하우스 둘러보는 황장엽 선생. 연합뉴스 자료사진
모델하우스 둘러보는 황장엽 선생.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 황장엽 선생은 역시 최고의 북한 전문가였다.

“농촌을 개혁하고 소(小)상공인을 우대하면 (북한은) 나라가 금방 좋아지게 돼 있다.”

이 말은 <1958년 체제>를 허물라는 것이다. 농업만이 아니라 상공업까지 100% 국유화한 <1958년 체제>를 허물라는 말이다. 협동농장을 해체하고 중소 상공업을 자유화하라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중환자 북한이 영양실조의 병상에서 스스로 일어나 겨우 앉게 하는 방식이다.

<1958년 체제>란 무얼까. 북한 도사들이 우글우글한다는 현재 청와대 인사 중에 이를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북한의 개혁개방은 ‘인간신’ 김일성이 채워 둔 족쇄를 스스로 떨쳐내지 않으면, 다시 70년이 지나도 스스로는 불가능하다. 3대 족쇄는 각각 1958년, 1961년, 1969년에 채워졌다.

북한의 실체에 도달하기는 무척 힘들다. 북한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홍보와 사실 보도를 구별하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홍보고 어디까지가 사실 보도인지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심지어 북한의 고위층도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다. 안다고 해도 아주 부분적일 경우가 많다. 김일성을 만난 외국 원수들이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김일성은 자신도 조작된 자기 신화를 믿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누구도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실체를 알아내려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희망 사항만으로 그들을 상대하면, 희망대로 되는 게 아니라 희망하지 않은 대로 되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사실의 줄기를 잡아야

정확히 알려진 사실 중에서 결정적인 실마리가 되는 사실의 의미를 제대로 캐면, 이것을 바탕으로 거대한 실체를 알아낼 수도 있다고 본다. 고구마를 캘 때에 무성한 넝쿨을 과감히 제거하고 줄기를 제대로 잡아서 아래로 아래로 그 줄기만 잘 따라가면 땅 속에 숨어서 전혀 보이지 않던 고구마를 하나도 남김없이 다 파낼 수 있듯이,

무성한 첩보와 역첩보, 정보와 역정보의 넝쿨과 잎에서 눈을 떼고 핵심이 되는 사실의 줄기를 제대로 잘 잡으면, 의외로 수수께끼투성이의 거대한 북한의 실체를 남김없이 파헤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아주 선명하게 북한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낱낱의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큰 줄기를 잘 잡아야 한다. 그래야 정보와 역정보, 홍보와 오보의 짙은 안개 속에서 헤매지 않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비록 한국에 대해 속속들이 정확한 사실을 무수히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그들이 정보 분석을 정확히 한다고는 할 수 없다. 줄기는 못 잡고 넝쿨과 잎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것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많다고 해서 실체를 꼭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지식이 많다고 해서 꼭 지혜로우라는 법은 없는 법이다. 북한 전문가라고 해서 꼭 초등학생보다 북한의 실체를 잘 안다는 보장은 없는 법이다. 벌거벗은 임금을 알아본 사람은 한 어린 아이였던 것이다.

우리 속담에 '서울 갔다 온 사람보다 서울 안 갔다 온 사람이 더 잘 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이중의 뜻이 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을 비웃는 뜻과 문자 그대로 그럴 수도 있다는 뜻, 두 가지다.

밖에서 보면 객관적으로 보기 때문에 적은 정보로도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반면에, 안에서 보면 주관적으로 보기 때문에 무한한 정보와 수많은 이론에도 불구하고 실체에 다가가지 못하고 마냥 헤맬 수 있다.

<2편에 계속>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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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루 2018-10-28 19:46:47
현 상황에 잠시 현혹된 사람들이 많지만 북한의 개혁개방은 선생님의 말씀처럼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개성공단 폐쇄 등의 박근혜식 대북 제제와 압박만이 북한을 무너뜨리고 흡수통일을 통해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었을 겁니다. 이젠 문재인의 퍼주기 정책으로 기고만장해진 북한이 미국에 얻어 터지고 남한에 화풀이 하는 비극적 시나리오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물론 그와 같은 피의 댓가로 통일이 되긴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