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관영매체 신화통신·인민일보·중국중앙방송총국(CMG·China Media Group)의 수장이 결정됐다.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黨대회)를 앞두고 ‘나팔수’ 역할을 할 언론계 인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올해 10월 열릴 20차 黨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가 최종 판가름 난다. 2012년 제18차 黨대회를 통해 당 총서기에 오른 시 주석이 3연임한다면 장기 집권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개혁개방 이래 정착된 집단지도체제와 ‘10년 집권’, 비교적 예측가능했던 차기 구도의 관행을 깨는 셈이다. 다가 올 20차 黨대회를 서방 언론들이 ‘(황제)대관식’이라 표현하곤 하는 이유다.

‘제로 코로나’정책이나 대대적인 도시봉쇄 역시 이 일정에 맞춰 ‘국내 정치·사회적 안정’을 꾀하는 과정에서 나온 무리수였다. 여기에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게 이번 ‘선전(宣傳)’부문 주요 인사이동이다.

국무원이 7일 뤼옌송(55세·흑룡강성 출신)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 부부장을 신화(新華)통신 총편집인에 임명했다. 뤼 총편집인은 1999년 5월 8일 새벽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구(舊) 유고슬라비아 중국대사관을 오폭했을 당시, 현장에서 폭격 사실을 최초로 알린 기자다. 그는 베이징대에서 공학물리학과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인민일보에 입사해 러시아 지국 특파원, 유고슬라비아 지국장, 러시아 지국장, 국제부장, 부총편집인을 거치며 30년간 근무했다. 이후 2019년 산시(山西)성 선전부장, 2021년 중앙선전부 부부장을 맡았다.

중국의 당·정부 선전기구인 관영 매체들은 최고위층 임원들의 매체 간 교차 인사가 흔한 편이다. 인민일보 총편집인 위사오량(於紹良·56)은 허베이(河北)대 중문과를 나와, 2016년까지 32년간 신화통신에서 일했다(산시陝西지국장·인사국장·부사장). 이후 후베이성 조직부장, 상하이시 조직부장과 정법위 서기를 거쳐 올해 2월 인민일보 총편집인에 임명됐다. 그는 지난달 열린 제2회 ‘실크로드 친선대사’ 시상식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높이 추켜세우는 발언을 하며 존재감을 보이기도 했다. 판에 박힌, 과장된 ‘관방(官房)성 발언’이었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시 주석 최측근의 한사람인 선하이슝(愼海雄·55)은 중국중앙방송총국(CMG·China Media Group) 총국장 겸 총편집인이 됐다.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 부부장도 겸임한다. 중앙선전부 업무를 사실상 책임진 인물이다. 항저우(杭州)대 중문과를 졸업한 후 신화통신에 들어간 선 총국장은 저장(浙江)성 지국 기자 시절, 당시 저장성 성장·당서기였던 시 주석과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대면 인터뷰한 바 있으며, 지난 2월에도 푸틴 대통령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사는 ‘사상 통제’와 ‘선전 공작’에 더욱 힘써야 할 시진핑 정부의 처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차기 최고 지도부가 꾸려질 20차 黨대회 이전에 문화 및 선전 시스템을 철저히 정비하고, 인사를 마무리했다는 의미가 크다. 세 명의 언론 수장은 50대 중반이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선전공작의 달인들이며, 업무역량도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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