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과 달라진 입장 尹, MB 사면 긍정기조 보여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였지만, 하루가 지나 바뀐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가 심해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치적 부담을 덜고,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사면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56분께 서울 용산 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후보 시절 이 전 대통령 사면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한 질문에 "과거의 선례가 있다"며 이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던 입장과 사뭇 다른 입장이어서 정치적 유불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3일 관할 검찰청인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건강상의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에서 이 전 대통령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가 열릴 것이며, 이를 검토한 뒤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은 당뇨 등 지병으로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의무기록 등을 확인하고 의료진 면담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특가법 뇌물수수·국고손실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2020년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7년과 벌금130억원을 확정았다. 이 전 대통령이 형기를 집행할 경우 95세가 되어야 출소가 가능하지만 사면이 이뤄질 경우 수감된지 햇수로 2년만에 나오는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통상 모든 정권이 집권 1년차 허니문 때 국민대통합 사면을 대체적으로 실시했다"라며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사면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대상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에둘러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해서도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됐다가 한 분은 나오셨고, 또 한 분이 계속 수감생활을 한다는 자체가 매우 불행한 일이고 국격과 관련된 문제"라면서 "형평성 차원이나 국민통합 차원에서 사면이 불가피하다는 게 제 개인적 견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압박하는 여권의 반응을 숙고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될 경우 이는 정치적 타격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국민통합 차원에서 석방이 가지는 긍정적 효과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은 ‘광복절 특사’ 등으로 실행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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