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00일 넘어선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프셰미실 인근 메디카 국경 검문소에 폴란드로 넘어왔던 우크라이나인이 한국 선교단체가 적어놓은 메시지를 밟으며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검문소로 향하고 있다. 이 검문소를 통해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폴란드로 넘어왔던 우크라이나인들은 인근 슈퍼마켓 등에서 물건을 구한 뒤 다시 걸어서 국경을 넘는 일이 일상화 돼 있다. /메디카[폴란드]=연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00일 넘어선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프셰미실 인근 메디카 국경 검문소에 폴란드로 넘어왔던 우크라이나인이 한국 선교단체가 적어놓은 메시지를 밟으며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검문소로 향하고 있다. 이 검문소를 통해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폴란드로 넘어왔던 우크라이나인들은 인근 슈퍼마켓 등에서 물건을 구한 뒤 다시 걸어서 국경을 넘는 일이 일상화 돼 있다. /메디카[폴란드]=연합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식량과 의료품 등 비(非) 전투물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향후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사업에 우리 정부가 적극 참여할 방침을 세운 만큼 무기를 비롯한 전투물자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주 중 무기 지원에 따른 예상 효과 등을 담은 전문가 보고서 등을 검토한 뒤 정부 및 당, 학계 관계자들의 의견까지 수렴해 이달 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28일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것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방안 통과에 힘이 실리게 하는 부분이다.

정부는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달까지만 해도 무기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 군의 전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투물자 지원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30억원가량의 비전투물자 지원과 의료품 등 4000만 달러(약 500억원)의 인도적 지원만 해줬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크라이나가 거듭 무기 지원을 요청하면서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80년만에 ‘무기대여법’을 통과시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격 지원에 나섰다. 또 러시아의 팽장을 우려하는 유럽국가들은 물론 캐나다, 호주 등까지 무기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우리나라 역시 무기지원 방안을 재검토하게 됐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드미트로 세니크 우크라이나 외교차관도 앞서 7일 서울에서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을 면담한 뒤 한국 정부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도 우리 정부에 최근 좀 더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다른 당국자는 "미국이 직접 무기 지원을 콕 집어 얘기하진 않았다"면서도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이어 이번엔 무기 지원이 향후 동맹을 확인하는 상징적 조치가 될 가능성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참석 시 우리 정부의 정치·외교적 입지를 고려해서라도 무기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무기 지원에 따른 안팎의 부담도 적지 않은 만큼 정부는 일단 지원에 따른 장단점부터 꼼꼼하게 따져볼 계획이다. 정부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지금 얼마나 절실한지, 무기 지원이 서방 세계와 공조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무기 지원과 전후 재건 참여 간 상관관계 등부터 우선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하는 것 보다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에 무기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우회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캐나다로부터 155㎜ 포탄 10만 발 수출 요청을 받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우크라이나 지원용으로 포탄 수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수출을 승인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우회 지원하게 되는 셈이다.

노르웨이는 우리나라에서 K-9자주포를 수입하면서 노후장비였던 기존 자주포 22문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군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는 M109 22문과 부속 장비, 교체·수리용 부품, 탄약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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