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칼럼】 北비핵화 첫발도 없이 경협가속·군사대응 약화는 금물
【태영호칼럼】 北비핵화 첫발도 없이 경협가속·군사대응 약화는 금물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 승인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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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끌어 피로감 높이는 北전술에 말려들면 안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9월 평양공동선언과 10월 7일 김정은과 폼페이오 미국무장관 사이의 합의에 따라 10월 중으로 매듭지었어야 할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11월이 시작됐다. 경의선 철도현지 공동조사, 보건의료 및 체육회담,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이 10월 중에 협상이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2차 미북정상회담을 위한 미북 사이의 실무협상도 북한이 미국 측에 답을 주지 않아 일정도 정하지 못했다. 10월 중순부터 북한이 미북관계와 남북관계를 추진하는 데에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대응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은 김정은이 제기된 문제들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북한의 시간끌기 전술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일각에서는 미북 간에 고위급회담 준비 등 중요한 문제들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 관계와 미북 일정을 동시에 진행해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더 복잡한 과정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최근 북한비핵화과정에서 동력이 떨어지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러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 판문점 선언·싱가포르합의·평양선언 뒤 비핵화한 것 있나?  

사실,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포르합의, 9월 평양선언 등으로 북한비핵화과정이 앞으로 나갈 것만 같았던 것은 착시현상이었을 뿐, 북한 입장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 북한도 핵·미사일을 제거하기는커녕, 핵 리스트도 내놓지 않아, 국제사회는 아직 북한비핵화의 전체적인 윤곽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북한비핵화 핵협상은 정상들 사이의 ‘톱다운 방식’이라는 차이를 제외하면 그 내용 면에서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된 9·19 공동성명에도 못 미쳤다. 만성질환은 기존 치료법에 내성이 생기면 치료가 더욱 어려워지기도 한다. 

북핵 문제도 가장 적절한 시간과 치료방법을 놓치면 점차 내성이 생겨 치료가 불가능해 질 것이다. 김정은이 문대통령과 트럼프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뭔가 해결할 것처럼 했지만 이제는 북한비핵화과정이 장기전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것이 바로 북한이 늘 써오던 ‘면역조성법’, 이른바 시간끌기 전술이다. 북한핵바이러스가 아직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 미사일도발을 일시적으로 멈추었다고 하여 대북 군사억제력을 약화시키거나 비핵화의 목표치와 시간표를 늦추는 모습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다.

북핵폐기의 첫발도 내딛지 못했는데 남북경협의 가속 페달을 밟거나 한국군의 대북 정보감시와 정밀타격 능력 등을 약화시킬 수 있는 조치들을 실행하는 것은 성급한 태도다. 모든 대응은 철저히 북한비핵화 속도에 연동시켜야 한다.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핵협상을 지루하게 만들어 우리 모두를 피로하게 만들려는 북한의 전술에 잘 대응하는 것이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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