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욱
김승욱

화물연대가 전국 16개 지역에서 총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는 올해 말에 종료될 안전운임제를 계속 시행하고, 적용 대상도 전차종·전품목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의 과적·과속 및 기사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운임을 법으로 정한 것으로, 화물차주의 최저임금제이다. 안전운임제는 유가와 연동되므로 유가가 상승하면 최저운송비도 올라간다. 이 운임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500만 원이 부과된다. 컨테이너 및 시멘트 운반트럭이 적용 대상이며 화물연대 소속은 전체 영업용 화물차 42만대 중 약 6%인 2만6천대 가량이다. 이 제도의 효과를 검토하기 위해 3년 한도로 시행되었고, 올해 말이 이 제도의 일몰시점이다. 화물차주들은 안전운임제 종료로 운임비 하락을 염려하고 있다. 민주당 조오섭 의원은 지난해 일몰조항 삭제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진전이 없다.

반면에 화주나 운송사업자는 팬데믹으로 경영상 곤란을 겪었는데, 이 제도가 지속되면 비용상승을 감당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더욱 악화한다고 주장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파업은 명분도 약하고 시기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안전운임제 성과평가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인데, 아직 일몰기간도 남았고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는 때 총파업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는 불법행동에 무관용 원칙대로 엄정대응할 방침임을 확인하고,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하도록 했다. 화물운송을 방해하면 면허를 정지·취소하는 등 강력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부는 화물연대 차주는 화주와 법적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므로 노동자도 아니며, 따라서 노조성립도 안 되고 파업 자체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정부는 ‘파업’대신 ‘불법 집단행동’이라고 부른다. 자영인과 근로자의 중간에 위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로는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등 여러 형태가 있지만, 화물차주는 자본재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자영인에 가장 가깝다.

이번 파업으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윤석열 정부는 고용노동부장관에 한국노총 출신을 임명하고,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등 중도적인 정책을 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정책·대북정책·부동산정책 등에서 전 정부의 정책을 되돌리려 하고 있다. 노동분야에서 주52시간 근로제나 중대재해처벌법 등에서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데,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은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물자동차의 과적·과속·과로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런데 이를 법으로 강제해야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후 중대재해는 오히려 늘었다. 안전운임제의 지속여부도 그 효과에 대한 엄밀한 분석에 기초해야 한다.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의 화물차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졸음운전과 과적 경험비율은 낮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주관적인 설문조사 결과이므로 객관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가장 객관적인 자료는 사고발생건수인데, 안전운임제 시행 전후 사고 발생 건수는 연간 약 6천 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호주도 2016년까지 유사한 제도를 시행했다가 그 효과가 미미해 폐지했다고 한다.

법으로 가격을 정하려는 이유는 사용자는 강자이고 노동자는 약자라는 전제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가 활성화되어 물류가 늘어나고 화물차가 부족하면, 화물차 종사자가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고 운임은 올라간다.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계급투쟁적 관점에서 노사관계를 바라봐서는 갈등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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