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학생운동 흥망사] ① 연재에 들어가며

이제는 외면 받는 학생운동 통시적 조망 필요
종북화된 학생운동의 폐해도 객관적 평가
신세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제시

김성회
김성회

흔히 사람들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의 역사를 ‘건국’ => ‘산업화’ => ‘민주화’의 역사라고 한다. 민주화 이후 어떤 역사가 펼쳐질 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견해를 달리하지만, 지나온 대한민국의 역사가 건국, 산업화, 민주화의 역사였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건국 이래 펼쳐져온 역사는 파란만장한 역사였고, 역동적인 역사였다. 45년 해방과 48년 정부수립 이후 곧바로 치러야 했던 동족상잔의 6.25전쟁, 4.19 학생혁명, 5.16군사 쿠테타와 경제개발, 5.18 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항쟁, IMF구제금융 사태와 정권교체, 그리고 대통령 탄핵까지.

실로 대한민국이 걸어온 역사는 다른 나라의 국민들이 볼 때는 멀미가 나고 현기증이 돌 정도로 역동적이고 파란만장한 역사였다. 그 역사를 겪으며 대한민국은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발전된 나라가 되었다. 글로벌 세상의 선진국이라는 대열에 서 있다.

그 역동적인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학생운동은 거대한 한 축을 담당했다. 때로는 좌/우로 나뉘어 싸우기도 했고, 때로는 집단적인 저항으로 피를 흘리며, 거대한 항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외면 속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학생운동의 거대한 역사에 대해 전체를 조망한 글이 없다. 기껏해야 부분을 서술하며 전체가 그랬던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대한민국 학생운동이 몇 세대에 걸쳐 엄청난 사람들이 참여한 거대한 역사이기에 함부로 조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80년 5월 15일 서울역 광장에 몰려든 학생들. 서울역 앞에 집결한 30개 대학 5만여 학생과 종로 등지에 흩어져 있던 1만 여명은 서울시청을 향해 전진, 저지 경찰에 돌과 콜라병을 던지면서 공방전을 펼쳤다. 이 사태로 정부는 5월 17일 밤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비상계엄을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1980년 5월 15일 서울역 광장에 몰려든 학생들. 서울역 앞에 집결한 30개 대학 5만여 학생과 종로 등지에 흩어져 있던 1만 여명은 서울시청을 향해 전진, 저지 경찰에 돌과 콜라병을 던지면서 공방전을 펼쳤다. 이 사태로 정부는 5월 17일 밤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비상계엄을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 의해서는 80년이 채 되지 않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될 때까지,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한 대한민국 학생운동에 대해 통시적인 조망을 해야만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필자는 82년에 대학에 들어와 학생운동의 최 극성기를 함께 보냈다. 또 학생운동의 한복판에서 이론 투쟁도 하고, 투쟁을 조직하기도 하고, 노동운동에 투신하기도 했다. 또,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10년에 걸쳐 재야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서 학생운동 뿐 아니라, 노동운동, 농민운동, 그리고 시민운동이라는 각 부문운동을 조망할 수 있는 역할을 했었다.

그 과정에서 학생운동과 재야 민주화운동이 ‘종북’이라는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것에 저항하며 싸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학생운동은 퇴조기를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고, 국정운영에 참여하고서도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지 못한 채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종북화, 극단화의 길이 가져온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필자는 학생운동이 미친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에 대해 결코 폄하할 생각이 없다. 그들 뿐 아니라, 독립운동과 건국, 산업화 과정의 희생 속에서 이룩된 민주화되고 선진화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울 뿐이다. 그렇기에 이글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일으켜온 학생운동에 대해 객관적이고, 통시적으로 조망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종북화된 학생운동이 가져온 역사적 폐혜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조망하고, 또 새로운 세대가 어떤 모습으로 자신들을 펼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들 세대가 집단적 사명감을 갖고 민주화를 이룩해왔던 것처럼, 신세대들은 자신들의 소중함과 ‘자유’를 발견하고, 그 바탕 위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

‘(개인이)자유롭고 (공동체가)질서 있는 대한민국’, 그 길을 위해 다함께 노력하는 대한민국인의 모습이 펼쳐지길 바라면서 ‘대한민국 학생운동 흥망사’의 글을 연재하려 한다.

그럼에도 자유일보에 연재하는 이 글은 전체 ‘대한민국 학생운동 흥망사’의 시작이자, 하나의 퍼즐일 수밖에 없다. 이 글이 잘못되었거나, 이 글로 못 다한 이야기들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보다 풍부한 ‘대한민국 학생운동 흥망사’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2022년 6월 13일
‘대한민국 학생운동 흥망사’ 연재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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