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반대 터키 비위 맞추려 크르드족과 단절 가능성

벨라루스 인접한 폴란드 나레프카 인근에서 작년 11월 9일(현지시간) 이라크 다후크 출신 쿠르드족 어린이가 가족과 함께 국경수비대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국경 지역에선 폴란드로 월경을 시도하는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대다수 전쟁·빈곤을 피해 중동에서 벨라루스로 건너온 이들로,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폴란드를 통해 EU로 들어온 뒤 선진국들에서 새 삶을 꿈꾼다. /AFP=연합
벨라루스 인접한 폴란드 나레프카 인근에서 작년 11월 9일(현지시간) 이라크 다후크 출신 쿠르드족 어린이가 가족과 함께 국경수비대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국경 지역에선 폴란드로 월경을 시도하는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대다수 전쟁·빈곤을 피해 중동에서 벨라루스로 건너온 이들로,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폴란드를 통해 EU로 들어온 뒤 선진국들에서 새 삶을 꿈꾼다. /AFP=연합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으로, ‘쿠르드족의 안전’이 주요 협상 카드로 부상했다. 터키가 스웨덴 거주 쿠르드족을 테러단체로 지목, 나토 가입에 반기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를 설득하려면 쿠르드족 측에 제공하던 스웨덴의 ‘피난처’ 역할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이 터키를 의식해 쿠르드족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쿠르드족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스웨덴은 이슬람 혁명을 피해온 이란인, 독재정권을 탈출한 칠레인 등 전 세계 난민과 반체제 인사들의 안식처 역할을 해왔으나,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스웨덴 정부를 향해 쿠르드족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과의 관계 단절을 요구 중이다. 터키 정부군을 상대로 장기간 게릴라전을 벌여 온 PKK를, 미국·유럽연합(EU)역시 테러 단체로 본다.

쿠르드족은 이란·이라크·터키·시리아 등지에 흩어져 사는 세계 최대의 소수민족(인구 3500~4000만 명)이다. 기원전 3세기부터 중동 일대에서 고유의 언어와 생활양식을 지키며 살았다. 중세 들어 이민족의 지배를 받았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적으로 독립을 시도해왔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1984년 이래 PKK가 터키 남동부에 대한 자치권을 주장하며, 무장투쟁을 벌여 왔다. 사망자만 4만명으로 집계된다. 독립국가를 가진다는 게 세계사 속에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남녀노소 용맹스럽고 문화적 정체성 강한 쿠르드족의 비운이 잘 말해준다.

터키는 2016년 자국 내 쿠데타 미수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페툴라 굴렌의 신병 인도도 요청했다. 당시 군부의 쿠데타 시도로 250명 넘게 사망하고 2000명 이상 부상했다. 스웨덴의 대(對)터키 무기수출 제한 해제도 터키의 희망사항이다. 스웨덴은 2019년 이후 터키에 무기수출 허가증을 발급하지 않았다. 무기들이 터키와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을 향해 사용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나토 가입을 위해 스웨덴이 터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쿠르드족의 안전은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스웨덴 정치권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가진 쿠르드족 이민자들이 이 상황을 두고 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의 쿠르드족 숫자는 현재 약 10만명 정도로 파악된다. 스웨덴 전체 인구(약 1천만명)의 1%에 달한다. 의회에 입성한 쿠르드족 계 의원도 6명이나 된다. 특히 현재 여야 동수로 174석을 가진 의회에서 ‘캐스팅 보터’인 무소속 아미네흐 카카바베흐 의원이 쿠르드족 출신이다.

"스웨덴 정부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요구를 하나라도 들어준다면 정부 예산안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 카카바베흐 의원은 "스웨덴에 사는 게 자랑스러웠는데 이젠 아니다. 나토 가입을 철회해야 한다. 나토가 우리의 가치·존엄을 에르도안에게 팔아치울 만큼의 가치는 없다"고 호소했다.

미국과 힘을 합쳐 이슬람국가(IS)에 맞선 것도 쿠르드족이었다. 20세기 초반 이래 독립국가 건설을 위해 강대국들에 협조했으나 늘 배신당했다. 이번 위기를 쿠르드 족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잔당의 공격을 받은 시리아 북부 하사카주의 IS 포로수용소 밖에서 지난 1월 22일(현지시간) 쿠르드 자치정부의 무장세력 시리아 민주군(SDF) 대원들이 총을 겨누고 있다. 앞서 1월 20일 IS 무장대원들이 시리아 쿠르드족이 관리하는 하사카주의 ‘그화이란’ IS 포로수용소를 공격하면서 시작된 양측의 충돌이 23일까지 나흘째 계속됐다. 120명 이상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연합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잔당의 공격을 받은 시리아 북부 하사카주의 IS 포로수용소 밖에서 지난 1월 22일(현지시간) 쿠르드 자치정부의 무장세력 시리아 민주군(SDF) 대원들이 총을 겨누고 있다. 앞서 1월 20일 IS 무장대원들이 시리아 쿠르드족이 관리하는 하사카주의 ‘그화이란’ IS 포로수용소를 공격하면서 시작된 양측의 충돌이 23일까지 나흘째 계속됐다. 120명 이상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연합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