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이라는 요술 방망이의 정체
민족이라는 요술 방망이의 정체
  • 최성재
  • 승인 2018.11.1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좌파의 ‘민족’은 그들이 불리할 때 통일전선을 구축하고 공고히 하려고 사용하는 용어의 하나로 그 의미가 사전적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그로써 우파를 기만하고 중도파를 끌어들여 외연을 넓히고 있다. 그들이 일컫는 민족의 범위는 아주 좁아서 한국은 촛불 주도세력만, 북한은 공산왕족과 공산귀족만 포함된다.

작정하고 들면, 한국인을 속이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처럼 쉽다. 성리학의 좋은 면은 대부분 사라지고 그 나쁜 면이 유독 한국인의 의식과 무의식을 한꺼번에 장악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명분’이다. 그래서 누구든 한국에선 명분을 선점하면 실지 행동과 속마음은 아무리 청산유수 같은 말과 다를지라도, 그 사람은 갓 태어난 오리새끼에게 각인된 ‘울 엄마’, 제일 먼저 눈에 띈 생명체로서 각인된 ‘울 엄마’와 같은 존재가 된다. 설령 그가 후에 위선자로 밝혀져도, 그것은 그저 만연한 관행의 하나로 또는 작은 실수로, 개님에게 묻은 겨 한두 개 정도로 치부되어 슬그머니, 흐지부지 용서된다.

좌파들이 제일 먼저 들고 나온 명분은 평등이다. 그것은 지금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금 수저 흙 수저’ 이분법과 ‘헬조선’ 선동은 피 끓는 청년과 고달픈 사회적 약자, 착한 중도파가 의분에 차서 기꺼이 자발적으로 광우병이건 세월호건 촛불을 들게 했던 것이다. 중남미나 아프리카, 중동, 동·서남아시아, 구 공산권, 현 공산권, 그 어느 나라보다 대한민국이 2차대전 이후의 신생 독립국이자, 공산침략으로 일제 35년보다 가혹했던 3년의 동족상잔을 겪은 나라로서 불가사의하게 평등한 나라라는 것을 그들 중에 제대로 아는 사람은 1%도 안 될 것이다. 왜? 포털과 방송과 신문 어디에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니까!

좌파들이 두 번째 들고 나온 명분은 ‘민주’다. 이걸로 김영삼과 김대중에 이어 노무현이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다. 조선과 동아가 이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사람들은 조선과 동아를 보수우파로 당연시하는데, 내막을 알고 보면 그들은 한 번도 우파 정권 편이었던 적이 없다. 노태우 정권까지 반공 측면에서, 때로 경제발전 측면에서 우파 정권을 비판적으로 지지했던 것이지, 민주와 독재 사이에선 언제나 민주 편이었던 것이다.

우파는 모조리 독재로 봤다는 점에서 그들은 좌파와 시종일관 한 패거리였던 것이다. 조선과 동아는 글의 행간에 그 숨은 뜻을 늘 담아두었는데, 눈치 빠른 한국인은 누구나 그것을 알고 심정적으로 지식인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양김씨, 이어서 노무현을 지지했던 것이다.

북한 3대헌장 기념탑
북한 3대헌장 기념탑

좌파들이 세 번째 들고 나온 명분은 ‘통일’과 ‘평화’이다. 그 시기가 1980년대다. 그것은 공고하기만 하던 반공전선을 무너뜨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런데 이것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자승자박의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소비에트와 그 위성국가들이 스스로 무너지면서 동서독이 단 한 명의 보트피플도 없이 자유·평화·자주 통일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임시방편으로 급조한 명분이 ‘흡수통일 결사반대’였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자유·평화·자주 통일을 달성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것이다. 외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지난 10년간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던 ‘통일’과 '평화’의 명패를 거꾸로 단 것이지만, 반공주의자 김영삼은 민주 눈깔사탕을 한 입 가득 물고 머리를 조아리며 찾아오면 즉각 평생 동지로 어깨동무하고 청와대에서 같이 국수를 먹었기 때문에, 그 말의 속뜻을 전혀 모르고 홀랑 넘어갔다.

경남고, 서울대? 서울대 출신 10만여 명이 고졸이나 삼류대 출신이 득실거린다고 얕보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간부들에게 이기는 것 봤는가? 그들이 광화문에서 화형식 처한 사람을 헌법재판소든 대법원이든 무죄 방면하는 것을 봤는가? 나는 겉똑똑이들은 무수히 봤지만, 난지도 쓰레기 산처럼 많이 봤지만, 학력이라곤 일제시대 간이학교 2년밖에 안 되었던 선친보다 슬기로운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모름지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물!

좌파들이 네 번째 들고 나온 명분이 바로 ‘민족’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공산권 붕괴 후 PD(People's Liberation 민중민주)파가 넋을 놓을 즈음, NL(National Liberation)파 곧 주사(주체사상)파가 범민주파를 완전 장악하면서 깃발도 요란하게 들고 나온 것이 바로 민족이란 명분이다. 우파와 중도파는 민족이라고 하면 당연히 남북한 한민족을 모두 포괄하고 심지어 해외동포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좌파는 처음부터 반공전선에서 전 국민에게 도깨비나 악마로 여겨지던 북한의 공산왕족과 공산귀족을 한 겨레로 너그럽게 포괄하자는 것이었다.

이때 나온 신문이 ‘한겨레’이다. 이어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개명되었다. 일제시대 잔재라며, 국민이 황국신민(皇國臣民)의 약자라며, 국민이 아예 기피 단어가 되어 버렸다. 해방과 건국 이후,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호의 출범 이후, 국민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신민(新民)’이란 뜻이지, 어떻게 그것이 천황폐하의 신민(臣民)이라는 건가. 그럼 일본이 만든 민주라는 말은 왜 쓰는가? 그건 ‘황국신민주의’의 약자라고 우기지 않는가. 현재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한자어는 일본이 1868년 명치유신 이후 만든 단어를 발음만 우리 식으로 하고 있음을 모르는가. 1910년 이전 선조들이 쓴 글을 한문체든 국문체든 술술 이해할 한국인이 몇 명이나 될까.

좌파의 민족은 남북한 한민족 중 삼천만 정도밖에 안 된다. 그들은 우파를 민족반역자 내지 적폐세력으로 본다. 절대 용서 못한다. 북한의 공산왕족과 공산귀족을 뺀 북한주민도 안중에 있을 리가 없다. 그들은 북한인권 얘기만 나와도 얼굴이 시뻘게진다. UN에서 14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켜도 평화와 통일과 자주를 방해하는 제국주의의 망령이라고 분개한다. 대신 위안부 문제는 사생결단하고 앞세우고 대한민국 학생과 노동자의 인권을 집중 부각시키고, 우파 정권에서 인권 탄압 받은 사람들을 집요하게 들춰내고 판결도 기어코 뒤집는다.

그럼 이쯤해서 좌파들이, 그중 핵심들이 이른바 커밍아웃(coming out)할까. 천만에! 그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평등과 민주와 민족과 평화와 통일’을 버리지 않는다. 그 명분을 버리는 순간 그들은 한국 사회에서는 어디서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마라도 한참 지나 해수면 바로 아래에 위치한 바위섬 이어도에도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연방제통일되면, 그때는 정체를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자유통일되면, ‘속았다’는 한 마디로 스스로 면죄부를 발부한 다음, 출세의 새 동아줄을 찾아 분분이 이동할 것이다.

gw2021@jayoo.co.kr

더 자유일보 일시 후원

“이 기사가 마음에 들면 후원해주세요”

  • ※ 자유결제는 최대 49만원까지 가능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새마루 2018-11-18 22:30:35
역시 종북좌파 세력들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평등, 민주, 민족, 평화, 통일'의 구호 속에는 저들의 모순과 이율배반성이 교묘하게 숨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