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vs 정진석’서 비롯된 ‘민들레 갈등’ 왜?

尹 대통령과의 인간관계 ‘거리’ 따라 충성경쟁 혹은 견제
정치적 가치·철학 등 콘텐츠 부재...‘가벼운 정치’로 전락
전문가 “집권초부터 친소 잣대로 싸움만...與 무게감 상실”
윤핵관·이준석 갈등 봉합조짐 불구 언제든 재점화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가치나 이념같은 콘텐츠로 경쟁하지 않고 오직 윤대통령과의 인간관계 거리로 충성경쟁을 하면서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이 최근 국민의힘 내부의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와 비(非)윤핵관 사이의 대립구도다. 최근 일부 친윤 의원들이 ‘민들레’(민심 들어볼래) 모임을 만들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판하고 나선 것도 사실 이 때문이다. 또 이준석 당 대표도 ‘자기정치’는 하겠다면서도 집권여당의 대표답게 정부의 과제를 뒷받침하려는 고민은 전혀 없다. 여당 의원 전체가 공유하는 이념이나 가치가 없다보니 대통령이 반도체 이야기를 꺼내면 깊이 검토도 하지 않고 ‘반도체 특위’를 만들겠다고 잘보이겠다는 과잉반응만 내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전문가들은 "집권여당의원들이 콘텐츠가 없으니까 무게가 없어진다. 그럴수록 대통령과의 인간관계에 기대 서로 아부만 하려고 한다. 중심기조가 없으니 친소관계로 쌈박질만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의 ‘민들레’를 둘러싼 세력다툼이다. 당초 민들레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학습 모임으로 시작하려 했다.

문제는 민들레 모임에 참여하기로 한 의원들 대다수가 ‘친윤’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인 것으로 알려지며 과거 친이(親이명박), 친박(親박근혜)처럼 민들레 모임 또한 계파 세력화 차원의 행보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했다는 점이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또 다른 당정협의체로 비칠 수 있는 그런 오해를 살 소지가 있는 의원 모임은 지양하는 게 맞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 역시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핵심 친윤 멤버다. 그러자 역시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윤석열 정권에서 (권)성동이형과의 갈등은 없을 것"이라며 "제가 의원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문제라면 저는 모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 의원의 불참 선언으로 금주 중 첫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던 민들레 모임은 운영방향을 재고하기로 했다. ‘계파 정치’ 시작이라는 시선도 모임 출범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언제든 갈등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미 친윤계 의원들 30여 명이 모임 참여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오면 언제든 다시 뭉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이준석 vs 정진석’의 구도로 벌어지는 갈등 양상에는 이런 배경들이 얽혀 있다. 당내 주류로 자리 잡은 친윤계 그룹과 비주류인 이 대표 사이에 쌓여온 갈등이 표면 위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윤핵관의 결집을 우려하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이 대표는 12일 "장 의원의 (민들레 모임) 불참 결정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며 "윤핵관 내 갈등이라니까 그게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무리 나이가 더 있으신 국회부의장과 당 대표 관계라고 하더라도, 서열상으로 당 대표가 더 위"라고도 했다. 이어 "(윤핵관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정 의원이 윤핵관으로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것 같은데 (우크라이나 방문도) 대통령실과 사전에 조율을 다 끝낸 것"이라고 일축했다. 윤핵관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매개로 당 대표를 압박하지만, 본인은 윤핵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로서 의원 개개인보다 서열과 대통령과의 관계 모두 우위에 있음을 강조하는 발언인 셈이다.

집권 한달도 안된 국민의힘이 자기정치만 하는 이준석 대표, 핵심 윤핵관과 비핵심 윤핵관으로 나눠 싸움질을 계속하는 것은 집권여당답지 않은 오합지졸 정당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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