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김창룡 경찰청장(뒤)과 면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김창룡 경찰청장(뒤)과 면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

행정안전부가 부처 내에 경찰 통제 부서로 ‘경찰국’을 설치하기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지며 경찰과 야권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인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면서 경찰 권한이 비대해진데다가, 경찰 고위직의 인사제청권을 행안부 장관이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 통제를 위한 방안은 어차피 필요한 상황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취임 이후 장관 직속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를 구성했다. 13일 행안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자문위는 지난달 중순부터 지난 10일까지 네 차례의 회의 끝에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행안부 내 비직제 상태인 치안정책관실을 격상시키는 방식이 될 것이 유력하다.

치안정책관실은 그동안 행안부 장관의 경찰 고위직 인사 업무를 보좌해 온 경찰청의 ‘비공식 파견 조직’이다. 치안정책관실의 격상은 곧 법무부 검찰국처럼 행안부 내에 경찰국이 부활하게 되는 수순으로 여겨진다. 경찰국 부활이 현실화할 경우, 31년 만의 부활이다. 자문위의 개선안에는 경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후보 추천위원회와 같은 별도의 기구를 만들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찰은 ‘독립성 훼손’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행안부의 직접 통제보다는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 실질화’가 맞는 방향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위는 지난 1991년 경찰행정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내무부 소속 치안본부를 경찰청으로 독립시키면서 만든 감독 기구다. 경찰위는 최근 별도 자문단을 꾸리며 행안부 자문위 행보 맞대응에 나섰고, 이르면 이번 주중 첫 회의를 할 예정이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최근 "경찰위 실질화에 대해서는 경찰위와 경찰청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자문위에서는 경찰위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자문위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국가경찰위원회를 방패 삼으려 하는데, (경찰위는) 의윈내각제와 자치경찰제가 연동된 영국, 일본에만 있는 제도로, 우리 제도와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며 "경찰위가 국민을 위한 기관이었는지 경찰을 위한 기관이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비판이 터져나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경찰을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시킨 건 과거 경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권력을 오남용하며 국민을 탄압했기 때문"이라며 "지금 윤석열 정부는 경찰권의 독립적·중립적 행사라는 지난 30년 간의 원칙을 허물며 경찰법 개정 정신을 역행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행안부 장관이었던 전해철 민주당 의원도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현재 정부조직법에 보면 경찰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권한은 일반적인 지휘감독권이 포괄적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을 개정하지 않고 행정안전부 장관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지낸 황운하 민주당 의원도 "정치인인 행안부 장관이 자신의 수하에 경찰 조직을 두려는 발상은 70년대, 80년대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려면)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되기 때문에 뜻대로 잘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는 검찰을 ‘정권의 칼날’로 마구잡이식으로 써먹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정권의 지시에 순응하지 않자 법무부장관의 권한을 강화하며 검찰의 힘을 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야권의 진짜 의도는 어떤 수사기관이든 자신들을 향한 수사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에 가깝다.

또 검찰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며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 권한을 강화한 당사자는 바로 야권이다. 경찰이 비대해진 권한을 남용해 국민 기본권이 침해당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통제는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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