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2일 밤 김정일 체제에서 군부 핵심인물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후계교육을 맡았던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의 생애를 조명하는 기록영화 '빛나는 삶의 품(32) 태양의 가장 가까이에서'를 새로 공개했다. 사진은 영화에서 공개된 어린 시절 김정은(맨 왼쪽)과 그의 곁을 지키는 현철해(가운데)의 모습. 현철해는 지난달 사망했으며 김 위원장이 직접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장을 이끌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2일 밤 김정일 체제에서 군부 핵심인물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후계교육을 맡았던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의 생애를 조명하는 기록영화 '빛나는 삶의 품(32) 태양의 가장 가까이에서'를 새로 공개했다. 사진은 영화에서 공개된 어린 시절 김정은(맨 왼쪽)과 그의 곁을 지키는 현철해(가운데)의 모습. 현철해는 지난달 사망했으며 김 위원장이 직접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장을 이끌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

남한의 코미디프로그램을 북한에선 일명 ‘화술소품’이라 부른다. 만담 또는 재담이라고도 한다. ‘만담꾼’(코미디언)이 나와 화술(말솜씨)을 통해 희극적 상황을 형상하는 예술작품으로 인식되며, 배우들은 과장된 분장이나 의상을 하지 않는다. 촌극·재담·막간극·노래독연·만담·풍자독연 등이 있고, 작품에 따라 1명, 많게는 8명, 10분에서 20분 정도로 구성된다.

‘화술소품’ 역시 당과 수령에게 충성하는 인민들로 배양하기 위한 선전선동 수단의 하나다. 시작과 끝부분에 꼭 ‘장군님을 위하여~’ 식의 대목이 있다. 북한의 거의 모든 예술작품은 정치적인 메시지가 필수적이다. 사실상 이 부분만 제외하면 실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는 북한 주민들의 공감과 웃음을 곧잘 이끌어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대선후보 성대모사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어느 정도 해학적인 표현은 가능하지만, 김씨 일가의 존엄을 흠집낼 수 있는 정치풍자는 절대 금지다.

한국·일본·미국 등 타국 대통령의 비하, 비꼬기는 가능하다. 2016년 조선중앙TV는 북한의 5차 핵실험 성공에 놀라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을 풍자했다. 미국 대통령 역할의 남성이 "내가 세면장에서 나오다 북조선 수소탄 소식에 깜짝 놀라 자빠져 머리를 바닥 타일에 들이받았는데…" 하자, 비서 역할의 남성은 "북조선이 수소탄을 쏠 때, 각하는 세면장 바닥 타일과 머리 탄도 시험을 하셨다"고 화답한다. 이 지점에서 북한 주민과 군인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코미디를 보면서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사회문화를 이해해야 가능하다. ‘웃음의 코드’란 시대상·문화의식을 엿보게 해준다. 북한에서 화술소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점은 1990년대 중반이다. 아사자가 속출하던 ‘고난의 행군’(대기근) 당시 북한 당국은 더욱 ‘웃음’을 강조하려 했다. 그 역할을 화술소품조가 담당하게 된 것이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라는 구호 아래 예술단체를 통한 사상교육이 더욱 강화됐다. 국립희극단·연극단 화술소품조도 김정일의 주도 하에 이때 만들어졌다. 소속 배우인 최광호·리순홍·함영신 등의 성대모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활력소였다.

그 이후 조선인민군협주단이나 청년중앙예술선전대 화술소품조가 인기를 얻는다. 대략 2000대 초반까지 화술소품은 인기 최고의 TV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한국드라마를 비롯한 해외 콘텐츠가 대대적으로 유입되면서 화술소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특히 함경도·양강도 등 국경 인접지역 사람들은 북한 TV프로를 거의 거들떠도 안 본다.

누구보다 먼저, 해외 콘텐츠를 통해 화술소품의 내용이 억지스러우며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느낀 사람들이다. 오늘날 북한 주민들은 정치적이고 선전선동적인 메시지 대신, 일상과 삶에 밀착한 주제에 쉽게 공감한다. 사람은 다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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